[마켓 투데이]경기선행지표 둔화가 침체로 연결될 확률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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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각국의 경기선행지표 둔화가 시작됐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같은 제조업 업황지수들이 상승을 멈추고 있는 것. 미국의 2월 ISM 제조업지수는 56.5를 기록해 1월의 58.4보다 낮아졌고 중국 PMI지수도 52.0으로 낮아져 지난해 12월 56.6을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둔화되고 있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말 시작된 상승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는 각국의 경기선행지표가 추가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둔화 자체보다는 그 속도가 더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도 경기 둔화 속도에 따라 금융 지표의 움직임은 다르게 나타났다.

2000년대에 한국과 주요 국가가 경험한 선행지수 둔화는 5차례였다. 2000년과 2002년에 한국 선행지수는 정보기술(IT) 및 카드 버블 붕괴의 시작과 함께 급락했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유증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2004년과 2006년은 중국의 투자 중심 고성장, 미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 붐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정도로 끝났다.

선행지수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졌을 때 주가는 고점 대비 40∼50% 하락했고 완만한 경기 둔화로 끝난 경우에는 15∼2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선행지수의 연착륙 여부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가름할 중요한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경기 둔화의 폭을 결정하는 변수는 많다. 과거 경험을 고려해 보면 일단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많을 때 침체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부채가 많고 과도한 투자가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이를 조정하기 위한 경기 둔화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 금융 환경과 대외변수가 불안할수록 경착륙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은 대외 환경에 민감하고 많은 국가가 동시에 침체 국면에 들어설수록 세계경제의 둔화 폭은 늘어난다.

2010년은 신흥(이머징) 국가의 견고한 성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 미국 가계는 여전히 부채축소(디레버리징) 과정에 있고 기업의 과잉투자 징후는 없어 새로운 버블 붕괴의 징후는 없다. 선진국 및 유럽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새로운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리스처럼 재정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선진국의 지원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중국은 부동산이 과열될 우려가 있지만 정부의 선제적인 긴축을 통해 버블 붕괴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에 각 국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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