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강의실에서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임원들이 서울대가 마련한 공정거래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1996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10년 만에 사업을 접고 떠났습니다. 까르푸는 10년 내내 한국 공정거래법에 대놓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사사건건 한국 정부와 충돌했던 이유죠. 글로벌 기업을 추구하는 여러분은 해외로 진출할 때 꼭 현지의 공정거래법을 먼저 익히십시오. 공정거래는 이제 국제규범이니까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강의실에선 이색적인 수업이 열렸다. 강사로 나선 김상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의 강의에 ‘학생들’의 눈빛은 빛났다. 이날의 학생들은 맨 앞줄에 앉은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을 비롯해 이 백화점 각 점장 등 임원 43명. 이들은 뭘 배우기 위해 이곳에 모였나.
롯데백화점은 서울대 법학연구소 경쟁법센터와 연계해 이날부터 3회 과정의 공정거래 전문가 교육을 시작했다. 이날 강사진은 공정위 김 국장을 비롯해 권오승 서울대 경쟁법센터장(전 공정거래위원장), 홍명수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으로 쟁쟁했다.
롯데 임원들의 질문이 특히 많이 쏟아진 수업은 김 국장이 맡은 ‘공정거래법과 유통산업’이란 강의. 김 국장은 “한국 백화점의 시장집중 현상(‘빅3’의 시장 점유율 80%대) 때문에 독과점 폐해가 자주 일어난다”며 “매장 위치 및 인테리어 변경 요구, 계약기간 중 판매 수수료 인상, 판촉비용 부담 강요, 부당 반품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젠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나쁜’ 관행들이 열거되자 정동혁 롯데백화점 이사가 억울한 듯 손을 들고 질문했다. “일부 국내 여성복 브랜드는 백화점과 기획행사를 할 때 처음 약속 내용과 다르게 옷을 만들어 납품하기도 합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반품할 수 없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김 국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쌍방이 반품 조건과 품질 기준을 계약서에 분명히 약정해야 합니다.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부당 반품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7월부터 하도급 계약 추정제도가 시행되면 백화점 바이어들이 지나가는 말로 납품을 요구했다가 슬그머니 철회하는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자는 강의 내용도 있었다. “도요타의 부품 결함은 결국 도요타 전체를 흔들리게 했습니다. 백화점이 판매 수수료만 높여가면서 협력회사와의 신뢰를 깨면 결국 제품 품질이 떨어져 ‘이미지를 파는’ 백화점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현명하고 냉정해졌으니까요.”
이철우 사장은 “더는 공정위의 지적에 끌려 다니지 않고 성숙한 백화점의 위상을 스스로 세우고 싶어 이번 교육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임원들은 “협력회사 입장에서 백화점 영업을 돌아보며 ‘상생’의 가치를 일깨운 계기”라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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