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 싸지도 비싸지도… 한국증시 ‘후행투자’가 현명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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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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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좀처럼 생동감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6개월간 조정을 거쳐 이제 기운을 차릴 때가 되었는데도 영 힘이 없는 모양새다. 상당 부분은 외부 요인 때문이다. 호주를 필두로 미국과 중국이 출구전략을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브라질까지 가세했다. 유럽의 상황도 좀처럼 점치기 어렵다.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총파업으로 설상가상의 국면이고 이탈리아도 불안하다. 힘을 합쳐도 시원찮을 판에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해묵은 감정싸움까지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방황에는 이런 외부 변수 못지않게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원인들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이제 국내 주식이 그리 저평가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부분 지난 20년 평균 PER인 12∼14배 수준까지 올라왔다. 일부에선 아직 주가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예상을 내놓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계 경제가 예상대로 잘 풀려 나갈 때의 얘기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는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증시의 시가총액과 국내총생산(GDP)의 비율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9년 말 기준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대략 970조 원으로 지난해 GDP 1050조 원의 92%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비율은 미국 94%, 영국 132%, 프랑스 68%, 독일 40%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70%, 중국 64%, 인도 100%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주식 투자를 별로 하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은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다.

물론 시가총액과 GDP의 비율은 주식 투자 문화나 국가의 규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가령 경제에 비해 국가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나 스위스는 이 비율이 200%를 넘었고 대만도 130%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GDP를 넘어선 때는 딱 한 번 있었다. 2007년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했을 때 이 비율은 103%까지 올랐다. 미국과 일본도 시가총액이 GDP의 130%와 140% 수준까지 도달한 적이 있었지만 이후 주가는 폭락했다. 결국 한 나라의 시가총액과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GDP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외환위기 때 최저 14.5%에서 2007년 최고점인 103%까지 기복을 보였던 지난 20년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은 평균적으로 48%였고 최근 10년에도 63% 수준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올해는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국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접근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경제회복의 강도와 기업의 수익성을 확인한 다음 투자를 결정하는 ‘후행 투자’가 현명한 선택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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