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한다며 멀쩡한 보도블록 툭하면 바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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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SOC재정효율성 OECD 최하위권
8년간 SOC 130조 투입… 보건 효율성은 1위
■ 조세연구원 보고서

정부가 2000년 이후 8년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13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SOC 재정투자의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동유럽 2개국을 빼고는 최하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통행이 뜸한 곳에 도로를 깔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등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나랏돈을 함부로 쓴 결과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지출의 효율성 측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SOC, 환경보호, 공공질서와 안전, 보건, 복지, 교육, 공공행정, 연구개발 등 8개 분야에 나랏돈을 투입해 얼마나 정책 목표에 맞는 성과를 냈는지 따져본 것이다. 그동안 재정이 엉뚱한 데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이를 수치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7년 정부가 도로 철도 항만 해운 산업단지 건설에 투입한 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로 비교 가능한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민 1인당 SOC 지출 금액은 평균 1086달러로 OECD 평균 지출액보다 258달러 많았다.

하지만 화물과 승객 수송 규모, 도로의 질, 항만시설의 편의성, 전기의 품질 등을 감안해 매긴 재정 효율성은 10점 만점에 3.38점으로 28개 국가 중 26위였다.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헝가리와 폴란드뿐이다.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조차 이 분야에서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도 나랏돈을 방만하게 써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환경보호에 쓴 나랏돈의 규모는 비교 대상인 25개 OECD 국가 중 8위로 상위권이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감안한 이 분야 재정지출의 효율성 점수는 4.19점으로 16위였다. 특히 수질오염 개선은 다른 나라에 비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을 범죄와 재난에서 보호하기 위한 공공질서 및 안전 관련 재정의 효율성은 OECD 평균인 5점에 못 미치는 4.69점으로 환경 분야와 같은 16위에 올랐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국민 1인당 치안 관련 지출액이 264달러로 다른 나라 평균의 60%에 불과해 범죄나 사고 예방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건 분야에 들인 재정의 효율성은 10점으로 전체 1위였다. 공공의료 서비스의 완성도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는 뜻이다. 교육 재정은 6.72점을 받아 효율성 면에서 전체 3위였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사업을 벌이기 전 단계의 타당성 조사와 사업 집행 후의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를 상시기구로 바꿔 예산집행을 꾸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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