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친구따라 골프사업… 17년 한우물 판 ‘샤프트 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 MFS코리아 전재홍 사장

2300만달러 수출… 우수성 증명
이달 중순 새제품 ‘이루다’ 출시

최경주가 사용한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맞춤 클럽 업체인 MFS코리아 전재홍 사장은 지난달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골프 클럽 샤프트와 헤드의 피팅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 제공 MFS코리아
최경주가 사용한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맞춤 클럽 업체인 MFS코리아 전재홍 사장은 지난달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골프 클럽 샤프트와 헤드의 피팅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 제공 MFS코리아
대학에선 법학 전공, 첫 직장은 병원 기획실 근무….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맞춤 클럽 업체인 MFS코리아 전재홍 사장(47)의 이력을 보면 골프와는 무관해 보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중학교 동창 4명이 의기투합해 골프 사업에 뛰어든 게 출발이었죠. 어느새 20년이 다 됐네요.”

1993년 골프와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샤프트 분야의 한우물을 판 전 사장은 지난달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골프 클럽 샤프트와 헤드의 피팅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골프 클럽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취득은 국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문은 골프 클럽 선택에서 헤드와 샤프트의 선택과 최선의 피팅 방법에 대한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비교했다. 전 사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프로와 일반 골퍼들의 경기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박사 최고경영자가 된 전 사장은 국산 샤프트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이 회사에서 출시한 매트릭스 ‘오직(OZIK)’ 샤프트는 앤서니 김, 필 미켈슨(미국),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등 40∼50명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들이 사용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루카스 글로버(미국)는 이 샤프트를 장착한 뒤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순우리말인 오직에서 이름을 딴 이 샤프트는 지난해 올랜도 골프용품쇼에서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등 메이저 업체들과 2300만 달러에 이르는 수출 계약을 했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득세하던 세계 샤프트시장에서 국산 브랜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셈이다.

말 못할 고생도 많았다. “미국 진출 초창기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싸구려에 형편없는 제품으로 취급을 해 거들떠도 안 보더군요. 같이 일하던 친구 한 명은 스트레스가 하도 심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유명 프로숍에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문전박대를 감수하며 광활한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6개월에 걸쳐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제품 포장용 박스를 구하기 힘들자 재활용센터에서 구한 다른 회사 박스를 뒤집어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마케팅 비용이 부족해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한 적도 있다.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력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연구개발 활동에 매달렸다. 미국 유명 대학 연구소와 협력하는 등 공을 들인 덕분에 2002년 오렌지 샤프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고 최경주의 우승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 사장은 이달 중순 새로운 샤프트를 출시한다. 제품명은 ‘이루다(IRUDA)’이다. ‘오직’ 샤프트처럼 역시 순한글로 이름을 지었다. “한국 골프 선수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는데 국내 용품 수준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진정한 골프 강국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요. 그런 목표를 하나둘 이루고 싶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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