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인 성원건설이 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에서 ‘퇴출 대상’인 D등급 판정을 받아 조만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기로 하면서 지난해 성원건설과 함께 B등급을 받은 건설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1차 구조조정 당시 가까스로 C등급을 모면했던 신창건설과 현진에 이어 올 들어 성원건설마저 퇴출 대상이 되자 B등급 중견 건설사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겪는 3, 4개 기업이 더 쓰러질 수 있다는 ‘위기설’이 퍼져가고 있다.
성원건설이 1년여 만에 퇴출 대상으로 전락한 데는 국내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주택사업의 실적 저조와 해외사업 지연이 결정타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한 이 회사는 무리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 위기에 부닥쳤다. 작년 8월 리비아에서 수주한 1조2000억 원 규모의 신도시 주택건설 프로젝트 선수금 1800억 원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체불임금 150억 원, 협력업체 미지급금 1000억 원이 쌓이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앞으로 법원이 성원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의 실사와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 절차가 진행된다. 채권단이 성원건설의 회생계획을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청산작업이 시작된다.
성원건설은 신창건설처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창건설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신창건설 관계자는 “직원 200여 명 중 50여 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현재 급여는 제대로 나오고 있다”며 “진행 중이던 현장 2곳은 기업회생에 들어간 뒤 준공을 마쳤고 예정됐던 신규 사업은 진행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C등급 건설사는 물론이고 다른 B등급 건설사 중에서도 성원건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곳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건설사처럼 신규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면서 B등급 회사가 더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한 B등급 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어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건설사들도 채권단이 언제 워크아웃을 중단할지 몰라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밀린 현장공사비 등을 지급하기 위해 채권은행에 신규대출을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두 달 치 임금이 밀려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근본적으로 주택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제2의 성원건설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시장의 침체,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소극적인 금융권 등으로 인해 상반기에 상황이 호전될 건설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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