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이모 씨. 그는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다. 죄목은 ‘사기’와 ‘탈북자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그가 범죄의 늪에 빠져든 것은 사회적 기업 및 일자리 창출 지원금의 ‘단맛’을 보면서부터였다. 남한에 온 뒤 북한식 냉면을 제조하는 어엿한 A식품회사 사장이 된 이 씨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탈북자 등 취약계층에 지원되는 노동부 자금이 있다는 걸 알고 돈 욕심을 낸 게 문제였다. 그는 탈북자 윤모 씨 등과 짜고 자신의 식품회사에 지인인 탈북자 10여 명을 고용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이들 명의로 인건비를 지원받았다. 이렇게 부정 수급한 지원비는 2008년에만 3억640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이고 사회적 기업 인증 담당자조차 이들의 눈속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지원금 타내기에 성공한 이들은 이듬해인 2009년에도 지원금 수급을 시도해 그해 6월까지 2억3800만 원가량을 부정 수급했다. 우연히 검찰의 인지수사를 통해 계좌 추적이 이뤄지면서 이들의 범행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미 이들이 4년간 부정 수급한 돈은 9억 원에 달했다.
윤 씨는 “당시 노동부 관련 기관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와 현장 실사를 하곤 했지만 형식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취약계층을 위한 자금인 만큼) 우리 같은 탈북자가 쓰면, 그것만으로도 취지에 부합하는 줄 알았다”며 “검찰에 가기 전까진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관리 소홀을 틈타 지원금 횡령을 시도한 사회적 기업은 비단 A사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10여 개 사회적 기업이 근로자 채용 및 근무일지 위조, 중복 수령, 이중 채용 등으로 지원금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사회적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은 사회적 기업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지원금을 빼먹을 수 있는 구조”라며 “드러나지 않은 부정 수급 사례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회적 기업 중에는 사회적 목적에 앞서 자기 사업체에 고용한 직원들의 인건비를 받기 위해 인증에 참여한 곳도 많다”고 꼬집었다.
정선희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선의의 사회적 기업가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지원금을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인증 이후 인증 조건 유지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령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어도 거짓 방법으로 인증을 받았거나 종전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인증을 취소하게 돼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설명이다. 2007년 인증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 기업은 전체 298개 기업 중 검찰 등을 통해 적발된 8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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