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빙하기가 올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그런데 이런 엄동설한이 지나고 해빙기가 찾아 올 때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겨우내 얼었던 바위나 지반이 녹으면서 낙석이 떨어지고 축대가 무너진다. 봄이 오면 아무래도 긴장이 풀어져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글로벌 경제도 ‘해빙기의 안전사고’ 징후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재정적자 문제다. 재정적자를 통해 전대미문의 경기부양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중앙은행은 사상 초유의 통화 완화로 생존과 파산의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들을 생존시켰다. 그런데 이제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정부나 중앙은행은 정상적인 경제운영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정적자의 폭을 줄여야 하고 통화도 적절히 환수해야 한다.
즉,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해 본 사람은 알지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당연히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피해자는 한계선상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업일 수 있고 또 특정 산업일 수 있으며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국민 개인일 수도 있다. 실제 경기회복기에 부도율이 더 높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특히 유동성 환수와 경기부양 정책 감속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부동산시장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저금리 덕분에 미국 등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 가격이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해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월 중국의 7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은 평균 11.2% 상승했다. 동시에 거래가 40% 가까이 감소해 버블 붕괴가 임박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국도 최근 부동산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도 문제지만 위기 이후 줄곧 제기된 13만 채에 이르는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건강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부실률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83조 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거래 침체 현상은 ‘경기 해빙기의 안전사고’ 조짐이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한다. 개인 자산의 85%가 부동산시장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장기하락 추세에 진입하면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인 개인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올봄은 꽃샘추위가 예년보다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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