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 “애플 추천 좀”… 스마트폰엔 밤낮이 없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 KT 24시간 고객서비스로 본 新 모바일 문화
야간 상담전화 이용 급증…30代이상 문의가 절반 넘어
“직원도 고객만큼 알아야”…매일 교육받고 시험도 치러

스마트폰 등장 4개월 만에 이동통신업계 서비스가 24시간 체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종로3가 ‘KT 종로플라자’는 새벽에도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대리점 류중강 사장은 “주로 동대문 야간 상인들과 회식을 끝낸 40, 50대 직장인들이 심야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KT
스마트폰 등장 4개월 만에 이동통신업계 서비스가 24시간 체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 24시간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종로3가 ‘KT 종로플라자’는 새벽에도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대리점 류중강 사장은 “주로 동대문 야간 상인들과 회식을 끝낸 40, 50대 직장인들이 심야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KT
“네, 고객님. 택시에 아이폰을 놓고 내리셨다고요? 서비스 정지 전 고객님 휴대전화로 ‘이 전화는 분실된 전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겠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요? 내일 점심 때 찾아갈 만한 맛집 추천 프로그램은 어떠세요?”

10일 오후 1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KT고객센터 10층 심야고객센터는 그야말로 대낮 같은 분위기였다. 야간 상담사 90명이 헤드셋을 끼고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달 4일부터 KT는 국내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야간을 포함한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 단순 분실 신고만 가능했을 때 심야 상담전화는 하루 평균 1666통이었지만 24시간 체제로 바뀐 현재는 3359통이다. 최근 24시간 ‘즉답(卽答)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 소비자가 변했다

심야고객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정현주 주임은 “심야에도 대낮처럼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고객들이 너무나 많다”며 “휴대전화를 통한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으나 현재는 응용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과 24시간 소통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하희정 상담원은 “사용자들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유현숙 상담 파트장은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재미있으면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자랑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자신의 지식을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서로 공유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1회당 평균 상담 시간도 과거 3분이었으나 지금은 5분이 넘을 정도로 길어졌다.

심야 상담은 20대가 26.5%로 가장 많다. 그러나 30대(24.4%), 40대(17.5%), 50대 이상(15.6%) 등 이른바 ‘정보기술(IT) 업계 변방’이라 불렸던 30대 이상 성인층도 활발한 문의를 하고 있다.

○ 직원들도 변했다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24시간 매장 ‘KT 종로플라자’도 마찬가지였다. 11일 오전 1시에도 고객들로 북적였다. 그중에는 종로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53세 중년 사업가도 있었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질문을 하는 고객들 때문에 상담사 및 판매 직원들도 변하고 있다. 노량진 고객센터 직원들은 최근 한 달에 한 번씩 스마트폰과 응용프로그램 관련 시험을 보고 있다. 24시간 대리점 직원들도 과거에는 가격이나 제품 성능 위주로 안내를 했는데, 최근에는 연령별, 성별 등 고객에게 맞는 응용프로그램 위주로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응용프로그램 교육을 매일 2시간씩 받고 있다. 류중강 KT 종로플라자 사장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구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스마트폰을 해지하는 20대 청년 실업자들이 해지 신청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자신 몰래 아이폰을 개통했다며 “남편 아이폰 새 번호가 뭐냐”며 다짜고짜 묻는 아내도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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