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팝아트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앤디 워홀의 전시장을 찾았다. 그의 작품들은 캠벨 수프 깡통과 코카콜라 병을 소재로 한 그림, 메릴린 먼로와 마이클 잭슨의 사진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마구 복제한 그림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이나 널리 알려진 대중스타를 소재로 한 것들이었다. 그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라며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워홀이 생활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팝 아트라는 장르를 발전시켰듯 주식투자자들도 생활 주변에서 정보를 찾아 투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볼 수 있다. 예술이라면 아주 고상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처럼 주식투자자들도 증권정보라고 하면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위 말하는 ‘고급’ 정보는 해당 기업의 핵심 관계자 또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만 아는 아주 비밀스러운 정보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어떤 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특별한 기술이나 신물질을 개발한다면보안을 철저히 유지해 정보가 새나가지않도록 단속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정보는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대부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주가에 곧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은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갖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미국의 최대 신탁기금인 마젤란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그의 저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전국의 수많은 직물공장을 탐방하면서 투자할 만한 회사를 찾아다닐 무렵 평범한 주부였던 린치의 아내는 우연히 슈퍼마켓 계산대 근처에 놓여 있는 한 회사의 여성용 스타킹을 사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스타킹 같은 여성용품들은 백화점 같은 전문점에 가야 살 수 있었는데 헤인스(Hanes)라는 회사의 스타킹은 슈퍼마켓 계산대 가까이에 진열돼 사기도 편했고 직접 신어보니 품질도 좋았다. 그녀는 자신처럼 주변의 많은 주부가 그 회사의 스타킹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펀드매니저인 남편에게 그 회사를 한번 조사해 보라고 귀띔했다. 린치는 헤인스를 본격적으로 조사해 투자할 만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큰 수익을 냈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돈이 될 만한 ‘고급’ 정보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10여 년 전 나는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건강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매실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 당시 보해 양조에서 매실주를 시판하고 있었다. 그 술을 마셔 보니 맛도 괜찮은 데다 소주나 맥주를 마셨을 때보다 다음 날 속도 편안했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매실주를 즐겨 마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고 실제로 그 회사의 매실주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나는 보해양조를 유망 종목 중 하나로 주목했고 그 회사 주가는 그 무렵 크게 상승했다. 비슷한 사례로 내 딸은 초등학생 시절 용돈만 받으면 슈퍼마켓에서 ‘메로나’라는 빙과를 사먹었다. 나도 한입 얻어먹어 보니 향긋한 멜론 맛에 시원한 느낌까지 나 입맛을 유혹할 만했다. 메로나를 생산하는 빙그레는 빙과류의 특성상 여름에 매출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 회사는 주로 봄철 단골 추천 종목이 됐다.
유사한 사례는 지금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최근에 영화 ‘아바타’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영화 관객이 크게 늘어 국내 최대 극장체인인 CJ CGV의 주가도 꾸준히 상승했다. 또 이와 함께 향후 3차원(3D) 산업에 대한 성장성이 부각되며 관련주들의 주가도 같이 올랐다. 이런 정보는 복잡한 기업분석 자료를 힘들게 찾아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알찬 정보이지만 너무 흔하고 쉽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냥 흘려버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옷을 사거나 음료를 마시거나 또는 영화를 볼 때 무심하게 넘기지 말고 주식시장 및 상장기업의 주가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누구나 투자 세계의 워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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