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금융규제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전자는 거대 금융기관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형태로, 후자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던 미국 금융기관들의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호재는 아니다.
이번 법안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엄격한 분리를 주창한 1930년대 대공황 직후 ‘글래스-스티걸 법안’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경색에서 비롯된 시스템 리스크를 막고 대공황 직전의 투기 붐을 주도했던 금융 자본가들을 응징한다는 목적으로 법안이 도입됐다. 비슷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금융 자본가들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공황 직전까지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의 위상은 단순한 시장참여자 이상이었다. 미국 경제 전체를 몇몇 금융기관이 좌지우지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양키 금융자본을 상징했던 JP모간은 미국 경제의 절대강자였다. 산업혁명 직후 경제를 이끌었던 철도와 철강, 해운 등은 거대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이었고 자금줄을 쥐고 있었던 은행가들은 산업자본 위에 군림했다.
20세기 초 JP모간은 US스틸 듀폰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모터스(GM) AT&T 등을 사실상 지배했다. 당대 미국의 어떤 대기업도 거대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없었던 1913년 이전에는 JP모간이 사실상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JP모간은 해외 국가들의 국채 인수를 무기로 미국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외교사절 역할까지 했다. 강자 중의 강자였고 대중은 금융 권력에 상당한 두려움을 가졌다. 지난해에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ies)’는 은행 강도를 로빈 후드와 같은 의적으로 그렸다. 20세기 초반 금융 권력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대공황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을 가져왔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한 법안이 ‘글래스-스티걸 법안’이다. 당시의 사회적 공분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도 문제를 일으킨 금융기관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고 이는 주식시장에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와 실물경제의 장기 침체를 가져왔던 대공황과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따라서 금융규제도 혁명적인 변화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에 그칠 것이다. 주주들에게는 감내할 수 있는 악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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