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목적 ‘페이퍼컴퍼니’… 개인도 투자 가능
우량기업과 합병 성공땐 스팩주가 올라 이익
? 최근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읽었습 니다. SPAC은 무엇이고 일반투자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투자를 해 어떻게 수익을 얻을 수 있나요?
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주식회사)입니다. 스팩은 지분을 투자자에게 팔아 자본금을 마련한 뒤 코스피 혹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해서 ‘3년 내에 우량 기업(상장 또는 비상장)과 합병’합니다. 합병이 성사돼 스팩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인수 자금만 수십억 원이 훌쩍 넘어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했던 기업 인수합병(M&A)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통로가 열린 셈이죠.
스팩의 진행 과정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됩니다. 첫째는 발기인들이 상법상 주식회사(비상장 SPAC)를 설립하는 단계이고, 둘째는 공모를 통해 SPAC을 기업공개(IPO)하고 상장하는 단계, 셋째는 합병 대상 기업의 구체적인 탐색 및 합병 실행 단계, 넷째는 기업 합병 성공 또는 실패 후 정리 단계입니다. 스팩이 기업 합병에 성공해 합병 등기가 완료되면 합병 법인의 신주권이 상장돼 거래되고 일반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보유하거나 매각해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스팩이 3년 내에 기업 인수에 실패하는 경우 정관에 따라 자동 해산되고 공모자금 중 신탁계정에 맡겨놓은 돈을 일반투자자들에게 반환하게 됩니다. 3년이 되기 전이라도 스팩이 상장폐지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해산 절차를 밟게 됩니다.
스팩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최악의 경우에라도 원금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스팩은 각종 운용 경비를 제외한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한국증권금융)에 맡겨 별도로 관리합니다. M&A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이 돈을 임의로 인출하거나 담보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예치된 공모 자금과 예치 이자는 공모주주들에게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분배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최대 손실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제한이 됩니다.
상장을 노리는 기업으로서도 스팩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IPO보다 상장 준비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데다가 이미 상장돼 있고 자금만 있는 회사와 합병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죠. 한편 스팩 입장에서는 시장 하락기가 오히려 합병 이익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는 현금 자산만을 가진 스팩이 시장 하락기에 오히려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팩의 수익률은 결국 M&A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우량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할 경우 스팩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만 부실기업을 합병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갈 수도 있습니다. 수익률을 결정하는 합병 대상은 스팩을 운용하는 전문가들이 고릅니다. 스팩에 투자할 때 운용 인력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각 스팩은 투자자들을 위해 운용 인력의 주요 경력을 공시하고 있습니다. 스팩 제도는 기존 우회 상장 제도의 부작용으로 지적돼 왔던 선행매매나 부당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IPO 이전에 합병 대상 회사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에너지, 헬스케어와 같은 합병 대상의 산업군은 공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고 있어 이를 사전에 참고해 미래 성장성이 큰 곳을 타깃으로 하는 스팩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문가들은 스팩에 투자할 때 최소한 1년 이상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스팩은 상법상 회사로 분류돼 있어 1년 내에 다른 회사와 합병할 경우 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내야 하고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1년 안에 합병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 공모 청약처럼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할 것을 생각하고 투자해서는 안 되며 투자한 지 1년이 지나야 시세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 기존의 주식, 채권 투자와 상관관계가 낮아 자산의 전체 포트폴리오상의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투자 시 스팩의 잔존기간을 따져보고 합병 결의 시에는 합병 대상 기업에 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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