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 ‘닥터정 이클래스’ 대표
加 자녀유학 2년 체험 바탕… 원서 읽으며 공부방법 깨치게
‘○○외고 △△명 합격, 외고반·민사고반 모집….’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학원 광고전단 문구다. 하지만 영어원서전문도서관 ‘닥터정 이클래스’에는 그 흔한 민사고반, 외고반이 없다. 정해진 진도나 숙제도 없다. 그냥 아이들이 와서 1, 2시간씩 원하는 영어원서를 읽고 가면 된다.
정형화 닥터정 이클래스 대표(45·사진)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자녀 입학을 상담하러 온 엄마들이 가장 먼저 ‘민사고반, 외고반 있느냐’부터 묻는다”며 “이곳은 입시를 대비하는 곳이 아니라 영어든 국어든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치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정 대표의 독특한 이력을 알면 그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 가운을 입는 대신 그는 2005년 영어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외국계 정보기술(IT) 회사 임원인 아내를 대신해 자녀 2명을 데리고 캐나다에서 보낸 2년의 유학생활이 인생 이모작의 계기가 됐다.
정 대표 본인도 영어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대학 졸업 뒤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에서 5년간 일하면서 동료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영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정 대표는 캐나다 유학시절 자녀를 직접 가르치면서 자신의 영어 울렁증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그는 “유학 초기 아이가 언어 문제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으나 방학 기간 매일 10시간씩 영어 원서를 읽게 하니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책만 있다면 한국이든 캐나다든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 영어원서전문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한 달 이용료 15만∼20만 원을 내면 아이들이 전문 독서지도 교사의 안내에 따라 수천 권에 이르는 영어원서를 마음껏 읽고 갈 수 있다. 보통 영어학원 가맹비용이 1억 원 가까이 드는 것에 비해 닥터정 이클래스는 가맹비가 500만∼1000만 원에 불과하다. 교육사업이다 보니 가맹점주 자질을 까다롭게 따지는 탓에 브랜드 출시 6년이 됐지만 가맹점 수는 30곳에 그친다.
정 대표는 “직장도 다녀봤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면서 독서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