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레이싱’ 영암대회 운영 맡은 정영조 KAVO 대표
대회 사흘간 관중 30만 목표
특별기-고속철 운행 횟수 늘려
수도권서도 쉽게 찾도록 할 것
청소년들 부담없이 즐길수 있게
저렴한 ‘스탠딩 티켓’ 도입 검토
“올해 포뮬러원(F1) 개최를 한국 모터스포츠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을 겁니다.”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동 코리아오토밸리오퍼레이션(KAVO) 본사에서 만난 정영조 대표(49·사진)의 사무실은 자동차 마니아답게 경주용 차 액세서리와 사진으로 가득했다. “포르셰 911터보를 타고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려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의 사무실에는 올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F1과 관련된 사진이 유난히 많았다. F1은 시속 350km를 넘나드는 엄청난 속도로 연간 400만 명의 관중과 TV 시청자 6억 명을 끌어모으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 올 10월 전남 영암에서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다.
정 대표는 2006년 러시아와 인도, 싱가포르 등 7개국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F1 결승전 유치에 성공했다. 전남도의 지원도 있었지만, 모터스포츠업계에선 1996년부터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회장을 맡으며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정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F1을 주관하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의 버니 에클레스턴 회장과 정 대표의 친분관계가 대회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F1 한국 개최는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국내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정 대표가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을 따낸 것에 대해 주변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사기 아니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 대표는 “모터스포츠를 순수 스포츠로 보지 않고 정치적 이슈로만 연결짓는 현실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3년여 동안 묵묵히 F1 준비에만 매진했고 결국 경기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 대표는 KARA 회장을 맡기 전까지 호주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민항기 조종사로 일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애초부터 ‘속도감’ 있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그는 공군을 제대한 뒤 1988년 호주로 건너가 멜버른에 있는 항공학교를 거쳐 조종사가 됐고 현지 항공교육기관인 ANAC 학장도 맡았다. 이어 1995년 국내로 다시 들어온 이후 KARA를 만들었고 스포츠마케팅 회사도 차렸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F1 흥행을 위한 준비는 철저하다고 자신한다. 우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천, 김포공항과 광주, 무안공항을 잇는 특별기를 증편하는 한편 KTX의 운행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또 관람객들의 숙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수, 순천, 광주, 전주 등지의 호텔 섭외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홈 스테이’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F1 이후 폭주족을 도로가 아닌 경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모터스포츠 동호회를 중심으로 경기장 투어를 해주는 이벤트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국의 모터스포츠 여건상 F1이 크게 흥행하긴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수치로 답을 대신했다. 국내에 절대적인 자동차 마니아가 4만∼5만 명 있고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티켓 값을 잘 활용하면 경기가 열리는 사흘간 3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 관중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 정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도 F1을 즐기려면 약 250만 원이 든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교통비와 숙박비를 제외하고 가장 싼 티켓을 구입하면 예선과 결승 경기를 약 50만 원대로 관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돈이 부족한 청소년층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서 경주를 지켜볼 수 있는 ‘스탠딩 티켓’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경기인 만큼 국내 산업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회사를 코리아그랑프리 공식 참여 회사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F1의 황제로 불리는 미하엘 슈마허와도 알고 지낸다는 정 대표는 “주로 페라리나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타는 슈마허 등 F1 선수들과 해외 VIP들이 한국산 자동차를 타 본 적이 있겠느냐”며 “F1 규정상 경주차량을 이끄는 세이프티카를 국산차로 바꿀 순 없지만 행사장과 숙소 이동 차량만큼은 한국산 자동차만 이용하도록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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