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기지 ‘경제자유 구역’]<1>흔들리는 성장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세계 20개 경제특구 경쟁력 평가

인천, 입지-사회환경 수준급… 제도지원 등 정책운영 하위권

한국 혁신성 2위 올랐지만 고임금-노동쟁의 고질병
부산-광양 공항인프라 뒤져… 인접시장 연결성 약점으로

‘한국대표 FEZ’ 인천 송도국제도시  2003년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갯벌 매립 등을 통한 용지 조성 등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뒤 올해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다.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한국대표 FEZ’ 인천 송도국제도시 2003년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갯벌 매립 등을 통한 용지 조성 등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뒤 올해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다. 사진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경제자유구역(FEZ) 경쟁력지수(FCI)를 평가한 결과 인천은 선두 도약 후보인 7위에 올랐지만, 인접 아시아권이나 비슷한 산업 유형 지역으로 비교대상을 좁히면 하위권으로 처졌다.

인천은 정보기술(IT), 의료, 교육, 문화 등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심의 FEZ 8곳 중 6위에 머물렀다. 제조업 중심 12개 FEZ 중에서 부산·진해가 5위로 나타나 인접 지역의 제조업기반과 연계한 성장 가능성을 보였지만 광양만은 9위에 그쳤다.

출범 7년째를 맞는 한국의 1기 FEZ가 실질적인 경쟁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용지와 단지 조성을 마치고 올해부터 기업 유치 등 2단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인천 등 1기 FEZ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 중국 3개 지역, 모두 한국 추월

이번 조사에서 싱가포르, 홍콩, 중국 상하이 푸둥, 두바이 제벨알리프리존(JAFZ), 중국 톈진 빈하이, 중국 선전 등 선두권 6개 지역은 △입지 △요소 △정책·운영 경쟁력의 3개 평가 항목 중 2개 이상에서 상위 5위에 포함되는 고른 경쟁력을 보였다.

선두권은 싱가포르와 홍콩이 2강(强)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중국과 두바이 JAFZ가 뒤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상하이 푸둥은 입지(3위) 요소(3위) 경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부동의 선두인 싱가포르와 홍콩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불리는 톈진 빈하이는 입지 경쟁력(8위)의 약점을 운영 경쟁력(4위)으로 보완해 종합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3개 지역은 평가 항목 전 분야에서 한국의 1기 FEZ를 앞지르며 선두권에 포함됐다. 국내에서는 인천이 종합경쟁력 7위에 오르며 선두 후보군(3개 영역 중 1개 이상에서 10위 이내의 경쟁력을 보유한 지역)에 들었다. 3개 평가 항목 중 입지 경쟁력은 사업입지(내수시장 매력도와 인접시장 연결성)와 생활입지(삶의 질과 사회구조 안정성)를 평가했다. 요소 경쟁력은 경제적 요소(생산요소 경쟁력, 생산요소 집적도)와 사회환경 요소(개방성, 혁신성)를, 정책·운영 경쟁력은 정책경쟁력(정책 매력도와 정책 수행 지속가능성)과 운영 경쟁력(전문성과 효율성) 등을 분석했다.

○ 내수시장 한계 등이 한국의 약점

입지 경쟁력 항목에서는 인천이 6위, 부산·진해 9위, 광양만이 13위를 각각 차지했다. 인천은 톈진 빈하이(7위)보다 입지 경쟁력이 오히려 높았다. 부산·진해와 광양만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인접시장과의 연계성이 각각 10위와 19위에 그쳐 약점으로 지적됐다. 부산·진해는 공항, 광양은 항만과 공항 인프라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인천,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JAFZ, 인천은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공항과 항만 인프라를 활용한 인접시장 연결성으로 보완해 사업입지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입지는 인천이 6위, 부산·진해와 광양만이 공동 9위에 올랐다. 한국은 국제학교, 국제병원 등이 부족하고, 노동쟁의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1000명당 연간 33일로 브라질(1604일), 스페인(66일)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혔다. 선두권인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는 근로손실일수가 ‘0’이었다.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두바이 JAFZ는 사회구조 안정성 순위에서 14위로 처졌다.

○ 약점 보완 못하는 정책·운영 경쟁력

특정 지역이 기업 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제공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요소 경쟁력(경제적 요소와 사회환경 요소)은 인천이 6위, 부산·진해 10위, 광양만 11위로 중위권을 형성했다.

한국은 국가 단위로 개방성과 혁신성 역량을 평가한 사회 환경요소 항목에서 4위에 올라 잠재력을 보였다. 특히 혁신 인프라, 기업가 정신, 글로벌 대학 수 등을 평가한 혁신성 항목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영어 능력, 외국인 인력 유치 및 거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해 9위에 머문 개방성 순위를 끌어올리고, 국내의 산업 및 연구개발(R&D) 기반과 글로벌 교육기관 및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연계하는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요소의 경쟁력과 집적도를 평가한 경제적 요소 항목에서는 비싼 임금과 낮은 노동생산성 등 고비용 구조가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요소 경쟁력은 광양만이 13위, 부산·진해가 14위, 인천이 15위로 평가됐다.

문제는 입지와 요소 측면의 성장 잠재력을 정책, 제도, 조직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인천은 선두권 6개 지역 평균과 비교해 입지 경쟁력은 22%, 요소 경쟁력은 33%, 정책·운영 경쟁력은 44%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 취재팀]

▽팀장
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미래전략연구소
조용우 박용 한인재 하정민 김유영 신수정 기자

▽편집국
박희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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