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김두남 삼성투신운용 구조화상품팀장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거꾸로, 두배로 가는 펀드… 발상 바꿔 히트쳤죠”

김두남 팀장은 “저비용 고효율의 ETF처럼 이제는 수수료가 아니라 고객의 자산관리를 주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삼성투신운용
김두남 팀장은 “저비용 고효율의 ETF처럼 이제는 수수료가 아니라 고객의 자산관리를 주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삼성투신운용
‘남들과 거꾸로 가고, 두 배로 가는 펀드.’

김두남 삼성투신운용 구조화상품팀장은 지난해 9월과 올 2월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레버리지 ETF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에 상장돼 시세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ETF가 투자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면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는 것.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이 내려가면 순자산가치가 오히려 상승하고 기초지수의 수익률이 오르면 순자산가치가 내려간다. 레버리지 ETF는 오를 때 2배로 오르고 내릴 때 2배로 내리는 ‘화끈한 펀드’다. 두 펀드 모두 상장 이후 ETF 시장에서 상위 5위 안에 꾸준히 들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두 펀드는 국내 유일의 인버스, 레버리지 ETF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인버스 ETF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외파생상품을 기준지수로 삼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위험평가 한도를 넘어설 수 있고 세금을 내야 해 펀드 수익률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운용사가 인버스 ETF 개발을 포기했다.

그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기준지수로 하면 추적오차(Tracking Error)가 생긴다”며 “세금을 내지 않는 ‘F Kospi200’ 지수를 새로 만들어 인버스 ETF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것.

레버리지 ETF 역시 2배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자산 전부를 현물과 선물에 동시에 넣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김 팀장은 환매조건부 거래를 구상해 길을 열었다. 보유한 증권을 나중에 똑같은 가격에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돈을 빌려와 다른 한쪽에 투입한 것.

그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는 투자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비용을 줄이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돈이 생겼을 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기보다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으로 믿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을 때 위험회피 수단으로 인버스 ETF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ETF는 매매가 잦지 않아 운용사로서는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외면받기도 한다”면서도 “국내에서도 매매할 때마다 세금을 걷는 대신 거둔 수익에만 과세하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효율적인 투자수단이 더 많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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