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을 찾은 미국 구글 본사의 휴고 바라 모바일사업담당 이사가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넥서스원’에 대고 영어로 외쳤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찍은 사진!”
그러자 화면에는 두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그는 이어 흥인지문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그러자 흥인지문과 관련된 내용이 검색됐다. 말로 하는 검색, 사진 촬영 검색을 시연한 것이다.
바라 이사는 구글의 모바일 전략을 한국 언론에 설명하기 위해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스마트폰은 ‘센서’로 활용될 때 다양한 쓸모가 생긴다”며 “예를 들어 휴대전화 카메라는 눈, 마이크는 귀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연은 구글이 왜 모바일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잘 보여줬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밋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구글은 ‘모바일 퍼스트’로 간다”는 모바일사업 우선전략을 밝힌 바 있다.
구글의 사업 모델은 검색 광고다. 검색 광고란 사용자가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할 때 그 검색어를 사용자의 ‘의도’로 보고 이와 비슷한 주제의 광고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구글의 경쟁력은 이렇게 사용자의 마음을 짐작하는 데서 나온다.
모바일은 그 의도를 더 자세하게 수집하도록 도와준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구글 검색을 이용할 때 문자뿐 아니라 음성을 제공하고, 사진도 찍는다. 이때 구글은 사용자 음성분석을 통해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진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검색 대상의 어떤 특정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한 위치정보 역시 인근 지역의 광고를 ‘맞춤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사용자들이 구글이라는 거대한 인공지능의 눈과 귀, 그리고 다리가 되어 세계 각지의 정보를 알아서 수집해 바치는 셈이다.
구글의 정보 수집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넘어 TV로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 시간) 구글이 인텔, 소니와 손잡고 일명 ‘구글TV’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TV에 사용해 일종의 ‘스마트TV’를 만들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사용자들은 TV에서도 스마트폰처럼 아이콘만 누르면 다양한 방송채널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과 인터넷 검색,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구글은 TV 시청 가구가 무슨 방송을 보며,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된다. 기존 TV 방송사들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맞춤형 TV 광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를 갖고 있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한 소년이 따돌림 당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수개월간 방치한 구글 본사 임원에게 사생활 보호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빅 브러더’ 구글의 전 지구적인 정보 수집에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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