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의 ‘이루지 못한 꿈’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9일 03시 00분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위해 직원 70% 줄이며 뛰고 또 뛰었지만…”
관광중단 장기화 책임지고 사의
“정부에 대북사업 압박” 분석도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사진)이 18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사업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조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번 주주총회를 마무리 짓고 현대아산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뛰고 또 뛰었지만 결국 매듭을 짓지 못했다”며 “사장으로서 결과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지는 것이 회사와 사업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광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70% 가까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며 “어떻게 해서든 그분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었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조 사장은 “지난 1년 7개월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회사와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싸우며 급여 삭감 등 불이익까지 기꺼이 감수하고 저와 함께 헌신한 여러분께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 현대아산 임원은 “지난달 8일 열린 남북 개성관광 실무접촉에 조 사장이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조 사장은 작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이후 지난달 남북 실무접촉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달 초 사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조 사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한 달 뒤인 2008년 8월 현대아산 대표에 취임해 관광 재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벌여왔다. 지난해 북측이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했을 때는 개성에 16차례나 출퇴근하며 사건 해결에 동분서주했다. 그는 관광사업 재개가 지연되면서 매출 손실이 쌓이고 적자가 이어지자 구조조정을 통해 금강산 관광 중단 전 1084명이던 직원을 387명으로 줄이고, 임직원 급여를 삭감하거나 유보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펴왔다.

한편 조 사장의 사임이 ‘원칙론적’ 대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에 무언의 압박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 북한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일부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는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재발 방지책 마련 △신변 안전 보장 제도화 등 3가지 원칙으로 맞서 교착상태가 지속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