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역량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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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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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직서 훈련해 쌓은 역량, 승진후엔 성과 창출 발목잡기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연봉제와 승진제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임금 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면 무임승차를 막을 수 있어 공정성과 동기부여 수준이 높아진다. 그러나 인사 조직이론 분야의 권위자들은 “승진 인사를 할 때 과거의 업적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고 지적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의 제임스 마치 교수는 경영 관리자들의 경력 발전 과정을 연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에서 승진 인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요인은 과거 하위직급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승진 이전의 과거 성과와 승진 이후의 미래 성과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마치 교수는 ‘역량의 덫’이라는 말로 그 원인을 설명했다. 하위직급에서 훈련해 쌓은 역량이 상위직급에서의 성과 창출에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다. 오랜 진화 결과 인간은 환경이 변하더라도 과거에 습득한 역량을 계속 활용하려는 습성을 갖게 됐다. 따라서 이전 역할에 맞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새 역할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매우 익숙하면서 이미 성과도 냈던 과거 역량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의미다. 결국 새로운 직책과 개인의 역량 간 불일치가 발생한다. 조직 이론의 거장인 로버트 머튼 교수는 이런 현상을 ‘훈련된 무능’이라고 불렀다. 아래 직급에서 잘 갈고닦은 역량이 오히려 무능한 리더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이런 역량의 덫과 훈련된 무능이 고위 임원급에서 발생하면 그 조직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일선 관리자들도 외우기 힘든 세부 숫자를 기억하고 있다가 갑자기 질문을 던져 담당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을 철저한 조직 장악력의 상징이라고 믿는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시간을 쪼개 써도 모자란 CEO들이 평사원이 담당하는 세부 숫자를 기억하는 데 신경 쓴다면 CEO 본연의 임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담당자들도 언제 깐깐한 CEO에게 지적당할지 몰라 세세한 내용을 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주요 과업이 운영적 역할에서 관리적 역할, 전략적 역할로 바뀐다. 일선 담당자는 세세한 부분을 잘 관찰하고 정해진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운영적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들은 업무 속도나 강도, 담당자 등을 조정해 과업을 잘 수행하는 관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들은 조직 전체의 전략적 틀 안에서 최대 성과를 내기 위해 유연한 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고위 임원은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략을 잘 수립하려면 거시적 통찰력과 균형 감각, 개방적인 사고, 혁신성을 가져야 한다.

운영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관리적 역할 수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리적 역할에 필요한 역량들 가운데 전략적 역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도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현재 직급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가졌다고 해서 상위직급으로 승진한 후에도 고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승진 의사결정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미래에 그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부합하는 역량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사업부장으로서 과거에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이 사람이 CEO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모든 승진 의사결정에서 이런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과거 역량과 미래 역량 사이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성과 중심 승진제도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역량의 덫을 피할 수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3호(2010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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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책임활동(CSR)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이 CSR를 통해 이윤을 늘리고, 사회적 부가가치도 더 많이 창출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이 바로 해당 기업의 핵심 전략에 부합하며, 이윤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CSR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네슬레, 홀푸드 등은 전략적 CSR를 통해 자사의 가치 사슬과 이윤 창출에 기여하면서 사회에도 봉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Mckinsey Quarterly/장수하는 ‘가족 경영’ 기업의 다섯 가지 원칙
수많은 가족 경영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가족 경영의 성공 요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가족 경영에 성공하려면 첫째,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오너 일가가 핵심 사업 부문만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강력한 지배 구조 및 역동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오너 일가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 및 관리하고 가문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자선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가족 경영의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Deloitte Review/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
많은 행동경제학자가 지적하듯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예측을 하고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뿐 아니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선입견, 직관 등에 의존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 단점을 보완하려면 통계학적 분석 예측 모형을 구축해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예측 모형을 만들고 운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며 상당한 시간과 돈,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운용하면 투자비 이상의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경영 고전 읽기/기업 목적은 ‘이익 극대화’ 아닌 ‘고객 만족’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1954년에 출간한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 만족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익은 의사결정의 ‘목적’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판정하는 ‘기준’일 뿐이며,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우리 고객은 무엇 때문에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가’란 질문에 제대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캐딜락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처럼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제품이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대공황 이후에도 캐딜락은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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