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증시 ‘한 방’ 없는 지루한 참호전… 서두르면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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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못 찾고 있다. 차라리 주가가 시원하게 빠지면 안심하고 매수에 나설 텐데 애매한 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니 판단하기가 난감하다. 연초 이후 바쁘게 증시를 따라다녔지만 결과를 보면 제자리다. 손해 본 투자자도 많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의 지루한 참호전을 보는 것 같다. 매수세력과 매도세력이 서로 소모전만 벌이고 있지 어느 한쪽으로 힘의 추가 쏠리지 않는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사자니 공급 과잉이 걱정되고 팔자니 시중의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으로 몰려올까 불안하다.

증시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매수, 매도세력 모두 결정타가 없기 때문이다. 증시가 기대만큼(?) 하락하려면 이미 알려진 부정적인 소식보다 더 매서운 놈이 나타나야 한다. ‘재정적자’나 ‘출구전략’ 등은 이제 충격적이지 않다. 또 미국이나 유럽의 사정이 단기간에 좋아지리라고 믿는 투자자도 별로 없다. 이러한 상식적인 요인은 진즉 반영됐다. 행여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연합(EU) 변두리 국가로 확산되면 몰라도 아직은 아니다.

그나마 남은 기대는 중국인데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 ‘빅뉴스’가 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도 있겠지만 버블 붕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올해 상하이 엑스포 이후 부동산시장이 하락하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역시 예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매수하려는 세력이 희망하는 1,500 내외까지 떨어질 강력한 요인이 ‘현재로서는’ 없다.

반면 증시가 이전 고점을 벗어나 1,800을 넘으려면 단순히 ‘경기회복이 되고 있다’는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이른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우선 해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돼야 한다.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이나 유럽 재정적자 우려가 레이더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대형 사고’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위안화가 적절하게 절상되면서 중국 내 인플레이션을 막는 한편으로 성장률은 9% 수준이 나와야 한다.

국내에서는 한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른 시일에 마무리돼야 하고 부동산시장도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애매한 상황이 장기 가치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급히 서두를 일이 없으니 장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위기 이후 최소 10년 이내에는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 않았다. 동시에 위기는 국가별 산업별 기업 간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봐도 글로벌 경제의 ‘빌보드 차트’ 변화 조짐은 뚜렷하다. 중국과 한국의 순위는 올랐고 미국과 유럽은 내려갔다. 올해는 긴 흐름을 보는 투자자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즐거운 호랑이해가 될 것 같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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