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올해 국내 프로 골프계는 한층 풍성해졌다. 지난해 16개 대회였던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총상금 131억 원을 걸고 20개 대회를 개최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지난해보다 6개 늘어나 26개 대회가 열린다. 총상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29억 원 수준이다.
양적으로도 그렇지만 질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한두 해 반짝 열리는 대회가 줄어든 반면 든든한 스폰서의 후원을 받아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대회가 늘었다. 그 배경에는 금융회사들이 있다.
○ 금융사들, 남녀 대회 최대 스폰서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골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KLPGA의 경우 2005년 금융사가 스폰서인 대회는 메리츠금융클래식 1개였다. 하지만 올해는 26개 대회 가운데 6개 대회 스폰서가 금융회사다. 하나금융은 몇 해 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겸한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을 열고 있고, 국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대회를 개최해왔다. 올해는 LIG손해보험이 8월에, 대우증권이 9월에 처음으로 자사의 이름을 단 대회를 연다.
KPGA 역시 비슷하다. 2000년 14개 대회 중 2개, 2005년 16개 대회 중 3개가 금융회사의 후원을 받았다. 올해는 금융회사가 20개 대회 중 7개 대회의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아직 스폰서가 정해지지 않은 4개 대회를 제외하면 16개 대회의 거의 절반이 금융회사가 스폰서인 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골프장 주최 대회나 지방 중소기업들이 후원하는 대회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두 해 대회를 열었다가 이듬해 없어지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KPGA 관계자는 “올해 부활하는 한일국가대항전(후원 현대캐피탈)처럼 새로 생긴 대회들은 주로 장기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든든한 스폰서 덕분에 안정적인 대회 운영이 가능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왜 금융회사인가
“고객 만족 차원에서 골프만 한 게 없어요.”
대회 스폰서를 맡고 있는 한 금융사 관계자의 말처럼 금융사들이 앞 다퉈 골프 대회를 여는 것은 최상위고객(VVIP)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거액을 굴리는 자산가들은 대개 골프를 좋아한다. 이들은 프로암대회를 통해 TV에서나 보던 프로들과 직접 라운드를 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비용 대비 홍보효과 역시 큰 편이다. 한 대회를 운영하는 데는 대개 6억∼10억 원이 들지만 타깃 층에 주는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 향상 효과를 따지면 이익이 더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계산이다. 골프가 사치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영향을 줬다. KLPGA 관계자는 “박세리 최경주 양용은 등의 성공에 따라 일반인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관심이 있는 곳에 투자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더 많은 금융회사가 스폰서를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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