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소하르-UAE 루와이스 GS건설 유화 건설현장 르포
산유국들 원유 판매보다 고부가 정유제품에 눈돌려
경험 많고 가격경쟁력 갖춘 한국 건설업계 잇따라 수주
15일 오후 2시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약 200km 떨어진 오만 소하르 공업단지. 공단 초입부터 100여 m 높이의 굴뚝들이 불꽃을 뿜어내며 가스를 태우고 있어 이곳이 석유화학단지임을 단번에 실감케 했다. 왼편에는 최대 높이가 100m에 이르는 10여 개의 철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 철탑들은 석유에서 추출된 여러 성분을 촉매 반응을 통해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GS건설이 지은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장. 이 공장은 원유의 성분 중 하나인 나프타에서 벤젠과 파라크실렌을 추출한다. 벤젠과 파라크실렌은 가전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나일론 섬유 등의 원료로 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102만 t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 건설업체들은 총 478억 달러의 해외 공사를 수주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중 GS건설은 중동 플랜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67억5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올렸다. GS건설의 중동 대형공사가 집중돼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현장을 둘러봤다.
○ 현지 정부 신뢰 쌓으면서 수주 개가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장은 5200여 명의 근로자가 투입돼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이 현장의 자랑은 기자재 구매와 공사의 절반 이상을 국내 협력업체를 통해 했다는 점이다. GS건설 아랍에미리트지사 승태봉 상무는 “총 20개 협력업체 중 한국 업체가 13개였고 이들이 공사의 57%를 담당했기 때문에 그만큼 국내 경제에도 기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오만 정부가 짓는 소하르 공업단지엔 110억 달러가 투입돼 정유공장, 초대형 담수시설, 발전소, 비료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오만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은 지금까지 모두 41억 달러어치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이 중 56%인 23억 달러를 GS건설이 따냈다.
GS건설이 오만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4년. 다른 국내 건설업체들이 과거 실패 경험으로 해외 플랜트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나 GS건설은 이해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플랜트 공사를 시작으로 오만 정부와 신뢰를 쌓으면서 지금까지 추가로 3개 플랜트를 더 수주했다. 아로마틱스 프로젝트의 현지 발주기관인 AOL의 야코프 비랄 사장은 “지금까지 많은 아시아 건설사들을 경험해 봤지만 그중 GS건설이 해당 프로젝트를 아주 훌륭하게 수행했다”며 “한국 건설사들은 이곳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중동 건설시장 올해만 5500억 달러
17일 오전 11시경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서쪽으로 250km 떨어진 루와이스 석유화학 산업단지 입구. 기관총을 든 보안요원들이 출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카메라 반입이 금지되는 등 보안이 철저했다. 최근 국내 협력업체 사장이 무심코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들고 오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추방된 적도 있다. 심해진 GS건설 루와이스 현장 관리부장은 “이 단지가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보안이 엄격하다”며 “이 현장에서 주요 시설을 짓고 있다는 것 자체가 GS건설의 위상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서는 섭씨 35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복잡한 정유시설들 사이로 안전모 등을 착용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GS건설은 이곳에서 2008년부터 그린 디젤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63%의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그린 디젤은 자동차 공해의 주범인 유황 성분이 10ppm 이하인 친환경 디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안국기 상무는 “2012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수입 디젤의 성분을 규제하는 등 고급 경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위한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건설업체는 지난해 아부다비에서만 100억 달러의 수주액을 올렸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억 달러를 GS건설이 따냈다. 특히 이곳 루와이스 산업단지에서는 GS건설 등 4개 한국 업체가 정유공장 확장 공사의 대부분을 수주했다. 플랜트기획담당 박상면 상무는 “한국 업체는 정유나 석유화학 부문 건설 경험이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의 건설시장은 올해에만 552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의 침체로 공사비가 크게 줄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중동 주요국 발주처들이 정유 플랜트의 신·증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유국들이 단순히 석유를 팔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정유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돌아섰기 때문.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팀장은 “중동 지역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의 73%를 차지하는 등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건설사들의 주요 시장이 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수주 급증으로 공사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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