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3D TV 주도권 다툼… 2D→3D 변환기술 ‘필요 vs 불필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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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3D 콘텐츠 아직 부족” 삼성 변환기능 TV 선보여
“변환기능 TV는 3D 아니다” LG, 편광방식 TV로 승부


“TV 제조사들이 2차원(2D) 영상을 3차원(3D)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3D TV에 적용하면 우리는 3D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겁니다.”

이달 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평판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의 브라이언 번스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에 앞서 ESPN은 올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를 3D로 중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약 일주일 앞서 세계 1위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초고화질(Full HD) 3D 발광 다이오드(LED) TV를 처음으로 발표하며 리모컨 단추 하나로 2D 콘텐츠를 3D로 바꾸는 기능을 선보였다. 번스 부사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번스 부사장 발언 직후 “우리는 3D TV에 2D를 3D로 바꾸는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 역시 파나소닉과 같은 생각이다.

2013년 시장규모가 1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3D TV 주도권을 놓고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3D TV가 TV 시장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전자업계는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 변환 기술은 진정한 3D가 아니다

2D를 3D로 변환하는 기술을 폄하하는 업체들은 “변환 기술을 통한 3D는 엄밀한 의미에서 3D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2D로 찍은 영상은 변환을 하더라도 완전한 3D가 아니라 2.1D나 2.2D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한 연구원은 “2D 영상을 3D로 변환한 화면은 오래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기본적으로 영상 원본에 3D를 구현하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영상이 처음부터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3D 시장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D의 3D 변환기술이 3D 콘텐츠가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는 초기 3D TV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월등한 변환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3D 콘텐츠가 풍부해지기 전까지는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소니도 삼성전자와 같이 변환기술을 적용한 TV를 6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 편광방식이냐, 셔터글라스 방식이냐

현재 생산되는 3D TV는 편광과 셔터글라스 등 두 가지 방식으로 크게 나뉜다.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 업체들은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셔터글라스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본 업체들도 앞 다퉈 셔터글라스 방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편광 방식의 3D TV를 선보인 LG전자 역시 조만간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를 내놓는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편광 방식의 3D TV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셔터글라스 방식과 편광 방식 3D TV의 화면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편광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광 방식은 안경이 가볍고 싼 대신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진다. TV 자체의 가격도 셔터글라스 방식보다 비싸다.

광운대 전자공학과 김은수 교수는 “두 가지 방식을 시청할 때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화면의 차이는 거의 없다”며 “일반 가정에서는 셔터글라스 방식을, 술집 등의 공공장소에서는 안경 가격이 싼 편광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당분간 두 가지 방식의 TV를 계속 생산할 계획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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