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 속속 없애고 있지만…

일부선 이자율 올려 ‘생색내기’ 그쳐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떠밀려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잇달아 내리거나 폐지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면서 이자율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수수료 인하폭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 비씨 SC제일 기업 신한 등 5개 카드사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최근 폐지했거나 다음 달부터 없앨 예정이다.

취급수수료는 카드사들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손실보전 차원에서 빌리면서 먼저 이자를 떼는 ‘선이자’ 개념으로 신설한 것으로 연 환산 4%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와 정치권 등에서 취급수수료의 문제점이 제기됐고 정책당국도 이를 수용해 각 카드사에 취급수수료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하나카드와 비씨카드는 취급수수료를 전액 폐지했고, SC제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은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이자율을 일부 올렸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연 환산 4.8%에 이르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폐지하는 대신에 현금서비스 연간 이자율을 고객 신용도에 따라 9.84∼28.84%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는 기존 9.84∼26.84% 수준에서 최고이자율이 2% 정도 올라간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취급수수료를 일괄적으로 없앨 경우 회사 부담이 너무 커져 일부 이자율을 높이기로 한 것”이라며 “그러나 전체 고객 평균으로는 연 1.3%포인트 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현대 등 다른 카드사들은 취급수수료를 유지하는 대신 수수료율을 0.2∼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3∼9일 이내에 현금서비스를 중도 상환하면 취급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현금서비스를 단기간에 상환한 고객에게 취급수수료를 물리면 대부업법상 이자율 제한(연 환산 49%)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