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릴라성 투기 자금은 지난주 대한생명 공모주 청약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청약에는 2007년 삼성카드(5조9560억 원) 이후 최대인 4조2200억 원이 몰렸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PB도곡센터장은
“아무리 단기투자자라도 공모주 청약 후 한 달은 주식을 갖고 있는데 대한생명의 경우 당일에 7% 정도 수익만 보고 빠져나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그만큼 시장 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중자금
흐름이 왜곡되는 원인을 초저금리 기조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0%에서 13개월 연속 동결하고
있다. 한은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였던 지난해 9월부터 독자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부의 ‘시기상조론’에 막혀 동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은 과도한 저금리인데도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왜곡 현상이 심각한 상태”라며 “현 금리 수준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비정상적이며 인상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은 현재 1980년대 말 일본이 내수 부양을 이유로 정책금리를
27개월 연속 2.5%로 동결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일본이 당시 자산가격 상승과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늦추며
버블을 키웠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금융위기
상황에서 공급한 유동성은 올해 거의 다 거둬들였다”며 “이제 남은 게 금리가 있지만 이는 금통위가 결정할 사안으로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김중수 차기 한은 총재
내정자가 어떤 카드를 쓸지로 옮아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 내정자가 정부의 시기상조론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와 자금 흐름의 왜곡이 심화할 경우 금리 인상론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불확실한 경기 전망을 감안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싼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총액대출한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등 유동성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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