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4000억 원대인 코스닥시장의 네오세미테크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려 증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23일 현재 시총 상위 27위로 코스닥의 중대형 종목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 986개사 가운데 감사보고서 제출마감일인 23일까지 보고서를 내지 않은 기업은 모두 45개로 그 가운데 10개 기업이 24일 감사보고서를 냈지만 8건이 의견거절을 당했다. 아직 보고서를 내지 않은 기업 35개사도 대부분 감사의견 거절 등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대란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4일 네오세미테크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웨이퍼 및 발광다이오드(LED) 웨이퍼 제조업체로 2008년 10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올렸다. 2008년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글로벌 스타’ 인증기업으로 채택됐고 2005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으로 선정되는 등 여러 기관에서 수차례 우수업체로 인증받기도 했다.
네오세미테크 주가는 감사의견 거절 사실을 공시하자마자 하한가(8500원)로 곤두박질했으며 한국거래소는 매매를 중지시켰다. 네오세미테크는 4월 2일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을 하면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한 포네이처 등도 하한가(170원)로 추락하는 등 총 47개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이 충격으로 전날보다 6.62포인트(1.26%) 하락한 519.80에 마감했다.
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이 밝힌 네오세미테크의 감사의견 거절 사유는 크게 3가지. 먼저 2008, 2009년 2개년 동안 기계설비를 팔고도 유형자산관리대장에 그대로 올려 두었다는 것. 둘째, 소모품비를 기계장치 및 공구, 기구 항목에 올렸다는 것. 셋째, 생산에 사용한 유형자산을 건설 중인 자산 항목에 넣었다는 것.
▼ 감사의견 ‘거절’ 속출… 증시 초긴장▼
대주회계법인은 “총자산의 35%를 차지하는 유형자산 거래가 적절히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보는 네오세미테크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사인 모노솔라와 합병해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네오세미테크의 2008년 매출은 1032억 원, 순이익은 230억 원이었고, 모노솔라의 같은 해 실적은 매출 219억 원, 순이익 ―14억 원이었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오명환 대표이사이며 오 씨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21.84%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종목은 시가총액 규모가 커 ‘유리TREX중소형가치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동양FIRST스타우량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주식)’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각각 1.1%와 3.0%를 투자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최근 네오세미테크처럼 ‘예고도 없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기업이 늘고 있다. 19일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아구스도 감사의견 공시 전까지 퇴출 징후가 없었다.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지만 자본잠식이 없었고 매출도 325억 원대를 올렸기 때문. 매매거래가 중지된 이후 대표이사의 횡령, 배임을 발견했다는 공시가 올라왔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들어 3개월간 17개 기업이 상장폐지됐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의무화로 회계법인들이 감사 강도를 높인 데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도입으로 상장폐지 규정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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