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3조6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컸던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거시적 경기 변수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이나 개인소득세 감면, 생애 첫 주택 구입 때 구입자금 지원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당초에는 이러한 제도들이 일시적인 소비 부양에는 효과가 있겠으나 본질적인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미국은 현재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3월 반등하기 시작해 여전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2월 지표도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 수도 2개월째 증가했다. 이번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미국계 자금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중요한 판단 지표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둘째, 한국 기업의 양호한 실적을 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올해 순이익증가율은 전년 대비 50.6%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신흥 아시아 주요 국가를 포함한 16개국 중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지난해까지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순이익이 전년보다 하락했고 올해 드디어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흥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이미 증가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올해의 이익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회복 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신흥국가 중 가장 높은 이익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의 글로벌시장 점유율 상승, 성장하는 신흥국 소비시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등이 바탕이 됐다.
위의 두 가지 요인 중 미국 경기 성장추세(모멘텀)는 곧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는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나 장단기 금리 차와 같은 금융부문과 신규주문, 소비자신뢰지수와 같은 실물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실물부문의 모멘텀이 둔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도 금융부문의 기여도가 높았다. 과거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금융보다 실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수개월 내에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꺾이는 시점에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 이후 중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세의 두 번째 배경이 된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증시는 구조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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