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문외한’ 나무에 제2의 인생을 걸다… ‘랜드콤프러스’ 임공식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귀 얇으면 안돼요
“어디 어디 공사 많다더라” 말만 믿고
무연고지에 덜컥 사무실… 초반 고전

발 넓으면 좋아요
동료 건설회사 협력사로 등록이후
공사 조금씩 수주… 4년만에 첫 수익


임공식 대표가 창업 4년 차인 지난해 경북 김천시 환경관리사업소 앞 공원 식재 공사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임공식 대표
임공식 대표가 창업 4년 차인 지난해 경북 김천시 환경관리사업소 앞 공원 식재 공사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임공식 대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전원주택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할 수 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주로 고려하는 것이 조경업이다. 조경업은 정부나 민간 입찰 시 경쟁이 만만치 않아 섣불리 덤벼들어선 안 된다고 한다. 24년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조경업 창업 5년 차를 맞고 있는 임공식 대표(55)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47세에 몸에 익은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다

임 대표는 1978년 LG전자에 입사해 자금·심사·기획 관련 일을 했다. 태국 소재 해외공장에서 3년간 경영 관리 경험을 쌓았고 귀국 후에는 통신장비 국내영업을 하다 1994년 퇴직했다. 퇴직 후 다른 기업 3곳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직장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47세가 되던 2002년이었다.

임 대표는 창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8개월 동안 정보를 공유하며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경북 김천에 있는 어머니를 모셔야 할 상황이 돼 이참에 상속받은 임야와 밭(약 2만5000m²)에서 사업을 구상하기로 했다.

오래 활용하지 않던 땅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 “조경수 재배를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밖에 모를 정도로 조경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조경회사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뒤 창업한 지인에게서 “뭘 그렇게 심사숙고 하세요. 10년 조경업을 해온 나도 잘 모르겠으니 일단 조경건설업 면허등록부터 하고 할지말지는 나중에 생각하세요”라는 조언을 듣고 마음을 굳혀 2005년 9월 ‘랜드콤프러스’를 창업했다. 건설산업기준법에 따라 자본금은 2억 원을 출자했다.

○ 창업 3년째부터 수익구조 좋아져

조경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건설업 등록을 해야 하고 조경기사 자격증도 있어야 한다. 임 대표는 창업하기 전 공부를 시작해 9개월여 만에 조경기사 자격증을 땄다. 조경업의 1차 고객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이다. 정부 물량을 따기 위해선 조달청 ‘g2b사이트’를 통해 전자입찰을 하면 되지만 응찰자가 많기 때문에 임 대표의 경우 4년여 동안 1000여 건의 입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런 상황에서도 창업 의지를 잃지 않으려고 다양한 묘목을 구입해 식재를 하고, 조경시설물을 직접 설치하는 등 조경기사로서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첫 식재 공사 수주는 창업 후 1년 만에 따냈다. 200만 원짜리 소액 민간 공사였다. 이어 600만 원 규모의 옥상정원 공사 등 10건의 소액 민간 공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크게 돈 되는 사업은 아니어서 창업 후 2년째 되던 해 자본금이 바닥나고, 열의도 점차 식어갔다.

이때 만난 옛 직장 동료가 큰 도움을 줬다 직장 동료는 당시 A건설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임 대표의 사정을 듣자 자신이 다니던 건설사에 협력업체로 등록하라고 조언해 줬다. 협력사 등록 후에도 A건설사의 경쟁 입찰에서 수차례 탈락했지만 끈질기게 매달린 덕분에 2008년에는 경기도에 짓고 있던 300가구 아파트의 조경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 2009년에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정부 전자입찰 2건과 김천시 수의계약도 3건 받아내면서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적자 행진은 2008년에 끝나고 지난해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 직장 생활서 쌓은 예산관리 경력, 인맥 도움 돼

임 대표는 사업 초기 잘못한 점을 두 가지 꼽는다. ‘안산에 공사가 많다’는 말만 듣고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 안산에 처음 사무실을 연 것, 조달청 g2b 전자입찰에만 기대를 걸고 있었던 점이었다. 전자입찰에 매달리기보다 지자체 조경 사업 담당자에게 회사를 알려 작은 액수의 공사라도 수주해야 했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평소 은행 개인 신용관리를 잘해 큰 수주를 했을 때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점은 직장 생활 시절 쌓았던 예산과 자금관리 경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맥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됐다. 임 대표는 자신이 잘한 일 중 하나로 “자본금이 바닥이 날 무렵 건설사 친구를 만나 협력회사로 등록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경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퇴직자들에게 “전원주택 공간을 포함한 토지를 미리 구입해 두고 시간이 허용되는 대로 수목을 구입해 심어보고 키워보라”고 조언한다. 굴착기도 불러 일하는 모습을 보거나, 돌을 쌓는 일이 생기면 직접 해보는 등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임 대표는 자본금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창업자에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자금 확보입니다. 조경업 특성상 단기간에 돈을 벌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3∼4년 참고 견딜 수 있는 자금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임공식 씨의 성공비결은
9 개월만에 조경자격증 취득…한뼘 한뼘 나무와 친구되기


은퇴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해온 결과 자신이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라는 것이다. 간신히 e메일 보내는 것 이외에는 자기 혼자서 할 줄 아는 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임공식 대표도 대기업에서 자금관리 심사 기획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자신의 특기가 무엇이라고 확실히 내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그 결과 퇴직 후 3년간의 창업 준비 기간을 보냈지만 수입이 거의 없는, 무척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의외로 은퇴자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이 있을 수 있다. 임 대표의 경우 모친이 물려 준 임야와 밭이 있어서, 이를 근거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았다. 마침 조경건설업 면허 요건에 소유임야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땅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조경기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상속받은 임야에서 자기 스스로 조경 기술을 학습하면서 기초를 닦았다. 직장시절의 예산과 자금관리 경력은 입찰과 견적 제출 시 경쟁력을 더해줬고 인맥은 영업을 추진할 때 큰 힘이 됐다.

땅이 없는 은퇴자라 하더라도 인적 자산이 있을 수 있고, 수많은 거래처가 있을 수 있다. 인적 자산을 활용한 사례를 들자면, 업종별로 한 사람씩만 회원으로 받아서 전국, 지역별 이(異)업종 교류 모임을 만들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시니어의 사례가 있다. 사무용 문구류 유통업을 하면서 재직시절 만났던 거래처에 제품을 성실하게 납품하는 것도 기존의 자산을 활용한 시니어 비즈니스 케이스다.

자격증을 활용한 시니어 비즈니스는 기술 분야의 자격증 이외 경영지도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하게 있고 민간 자격증도 여럿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자격증 획득 이후에 어떻게 영업과 마케팅을 진행해 매출을 올릴 것인가이다. 어렵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했더라도 온라인상에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하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시니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동호인 활동을 통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잠재 고객에게 자신의 사업분야를 넓혀가는 꾸준한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박광회 (사)한국소호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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