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금융]현장에서/부실한 재무설계사 검증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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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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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번호 이동제처럼 펀드가입자가 펀드 상품을 환매하지 않고도 다른 판매회사로 갈아탈 수 있는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도입되면서 재무설계사(FP)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는 개별 금융회사 영업직원들의 권유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투자상품의 판매뿐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자산관리 컨설팅이 얼마나 충실한가가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새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펀드 이동제를 통해 자신과 잘 맞는 금융회사로 이동해 오랜 기간 거래하면 전담 FP가 투자자의 성향이나 자산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돼 좀 더 효율적인 자산 관리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FP의 자질이 훌륭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인투자자가 FP의 자질을 검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국내 FP 관련 자격증은 금융연수원의 은행FP,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일임투자자산운용사, 생명보험협회의 IFP, 한국FP협회에서 주관하는 FPK, CFP 등으로 각 금융기관, 협회별로 나눠져 있습니다. FP가 실제 어떤 협회에서 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일일이 해당 협회에 문의해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등의 일부 종사자가 허위로 자격 인증을 내세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서는 국제FP협회(IAFP)에서 인증하는 국제공인재무사(CFP) 제도가 정착돼 있습니다. 1960년대 이미 재무설계란 개념이 도입됐던 미국은 초기에는 주로 보험이나 신탁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자사 상품을 권하거나 세무 상담을 해주는 정도가 재무 설계의 전부였지만 1970, 80년대에 걸쳐 개인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점차 자리 잡게 됐습니다. 한국처럼 FP들이 개별 금융회사에 소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처럼 일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FP를 자격증별, 지역별, 금융기관별로 조회해볼 수 있는 사이트(www.bestfp.kr)가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관련 협회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등록된 FP가 많지 않지만 펀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위험성과 함께 FP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이 사이트도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금융 상품의 쇼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무 설계를 바탕으로 전문FP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금융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관련업계의 긴밀한 협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겠지요.

정혜진 경제부 X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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