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금융]은행들 ‘덩치 키우기’ 경쟁… 메가톤급 인수합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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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금융 빅뱅’ 10년만에 재연되나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금융 빅뱅’이 10년 만에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중심에 선 메가톤급 인수합병(M&A) 전쟁이다. 무수한 은행이 사라졌던 1998∼2001년의 1차 금융 빅뱅은 부실한 중형 은행이나 지방은행을 헤쳐모아 대형 은행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KB-우리 합치면 초대형 탄생
하나지주, M&A에 사운 걸어

외환銀 보유 해외 네트워크
KB-하나-산은 등 인수관심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2001년 3월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사들인 뒤로 9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계산에 바쁘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뤄 내야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M&A로 금융산업 판도를 메가뱅크 1, 2개와 다수의 중대형 은행으로 새롭게 짤 생각이다. 세계 30위권에 불과한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2015년까지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6월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중에는 민영화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현재 M&A의 유력 주자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한발 물러 서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M&A가 가장 절실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M&A를 통한 사세 확장을 꼽을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169조 원인 하나금융지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덩치를 키워야 한다. 하나은행(152조 원)은 자산 규모에서 기업은행(157조 원)에도 밀리는 신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합치면 자산 규모가 390조 원에 이르러 국민은행(270조 원)을 따돌리고 선두 은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합쳐도 자산 규모가 압도적 선두주자가 되기는 어려운 판국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부터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치면 자산 규모 6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세계 50∼60위권, 아시아 10위권 메가뱅크 탄생이 바로 가능하다.

외환은행 매각도 주요 변수다.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재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M&A를 통한 대형화를 꾀하는 은행권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위해 주간사회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한 론스타는 6개월 내로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국내 금융회사들은 KB금융지주와 하나지주,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개인고객을 상대로 한 소매영업에 강점이 있어 기업금융과 외환업무 중심의 외환은행과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대형화를 통해 외국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외환은행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도 긴요하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치면 자산이 366조 원에 이르는 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KB지주 회장이 공석이라 당장 M&A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처지다. KB지주는 올 상반기 내에 회장 선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M&A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하나지주도 우리지주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으나 덩치가 큰 우리지주를 인수하기에는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외환은행 쪽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260조3000억 원에 이른다.

산은과 기은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수신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은행을 되사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국책은행이 외국계 자본의 배만 불려준다는 여론의 비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점포망을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 은행보다는 해외자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론스타는 2007년 영국계인 HSBC은행과 매각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 분리 매각에 따라 지방은행이 요동칠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 매각안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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