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금융]‘테이크아웃 커피’처럼… 주식 거래도 스마트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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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증권사들 MTS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스마트폰 열풍이 주식시장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기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기 때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주식거래 패턴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새로 열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식거래서비스를 내놓고 단말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고객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다.》

매매는 물론 뉴스 검색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선보여

작년 거래규모 67조원
올 연말엔 비중 10% 예상

○ 증권사 객장이 내 손 안에

과거에도 개인휴대정보기(PDA)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증권거래 서비스가 있었지만 무선망이 불안정하고 통신요금도 비싸 시장의 반응은 금세 싸늘해졌다. 하지만 휴대성과 성능, 강력한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선을 보이고 데이터정액제로 이용료도 싸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은 PC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근접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지수와 매매 동향, 차트 분석, 종목별 맞춤정보, 주요 뉴스까지 한번에 검색할 수 있고 매매도 가능하다. 증권사들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펀드 매매, 공모주 청약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또 자산관리서비스 정보와 리서치 자료 등도 제공해 ‘내 손 안의 종합자산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보급으로 주식거래의 무게추가 증권 객장에서 HTS로 옮겨갔듯이 앞으로는 MTS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증권사들의 MTS 서비스 경쟁은 최근 들어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출시로 더욱 뜨거워졌다. 2월 아이폰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전용 실시간 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KB투자증권은 1월 국내 최초로 아이폰 전용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KB iplustar’를 공식 개설했다. 인터넷 단문서비스인 트위터 가능을 탑재해 인기를 끌어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0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거래를 통합한 모바일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SK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현대증권도 아이폰 주식거래 서비스와 안드로이드폰 주식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4월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주문 및 잔액 조회, 이체 등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밖에 대우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다양한 운영체계(OS)의 스마트폰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주식거래 서비스를 4, 5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또 증권사들은 아이패드와 태블릿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증권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매월 500만∼2500만 원 이상의 주식거래를 유지하면 스마트폰을 무료로 지급하는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거래 수수료를 한동안 면제하는 등의 유인책을 내걸어 신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 주식 거래 패턴 바꿀까

전체 주식거래 시장에서 MTS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MTS 거래규모는 67조 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전체 주식거래 규모에서 MTS의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주문매체별 거래현황’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MTS의 거래비율은 2008년 1.04%에서 지난해 1.38%로 증가했고 올해 3월 현재 1.40%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008년 2.18%, 지난해 2.56%에서 올해 3월 2.86%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의 대량 출시와 함께 연말에는 MTS 비율이 1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MTS가 주식거래 패턴과 투자문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신속한 정보 획득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주식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원철 KB투자증권 IT센터장은 “증권사와 전문가를 통해 수직적으로 전달되던 시장 정보가 투자자 사이의 수평적인 교류로 변화할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시간대의 해외 증시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식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화면 크기가 작아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고 보안문제와 불안정한 무선망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싼 수수료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스마트폰 주식거래 수수료는 0.1∼0.12% 수준으로 기존 온라인 최저 매매수수료 0.015%의 10배에 가깝다.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MTS 거래와 HTS 거래가 대체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HTS의 잠식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과거 PDA의 확산으로 MTS 거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현재 스마트폰의 금융 애플리케이션 이용도도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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