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의 세계 생산 시대. 소니의 TV 중에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 제품이 있고,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중에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드는 ‘미제(美製)’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들어온 수입자동차들도 브랜드의 국적과 제품의 원산지가 다른 경우가 있다. 독일이나 미국 브랜드 차량이지만 독일과 미국에서 만들지 않은 차들도 있다는 의미다.》
○ 독일 차지만 미국에서 만든다?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 주자인 BMW ‘X5’와 매력적인 라인의 ‘X6’는 독일이 아니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만든다. BMW그룹이 X5와 X6를 이곳에서만 만들고 있으므로 당연히 국내에서 팔리는 X5와 X6도 모두 독일산이 아닌 미국산이다. BMW 측은 “두 차종을 미국에서 만드는 것은 SUV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라며 “공정과 시스템은 모두 독일 본사 규정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ML 300 CDI 4매틱 블루이피션시’도 미국 공장 제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SUV인 M클래스는 미국에서, 나머지 차종은 전부 독일에서 만든다. 콤팩트 SUV인 GLK는 독일에서 만들면서도 M클래스를 미국에서 만드는 데에는 역시 미국 소비자의 기호가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는 플래그십 세단 ‘S80’과 SUV ‘XC90’ 등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만들지만 ‘C30’ ‘S40’ ‘V50’ 등은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300C’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드는 차량이다.
양산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내놓은 차종들은 인근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여성 운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폴크스바겐의 ‘뉴 비틀’과 ‘뉴 비틀 카브리올레’는 멕시코 공장 제품이다. 포드 링컨의 개성 넘치는 중형 세단 ‘MKZ’는 멕시코에서, 럭셔리 세단 ‘타운카’와 크로스오버 ‘MKX’는 캐나다에서 만든다. 캐딜락의 다이내믹한 크로스오버 모델 ‘올 뉴 SRX’도 공장은 멕시코에 있다. 캐딜락 ‘뉴 CTS’ 및 ‘CTS 스포츠 왜건’ ‘에스컬레이드’ 등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된다.
○ “제조국 아닌 브랜드를 봐 달라”
올해 나온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한국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닛산의 ‘뉴 알티마’는 일본이 아닌 미국 테네시 주의 스머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알티마 자체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이라 일본에서는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
이들 수입차업체는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라 공장별로 분업을 하는 것이며, 모든 공장에 대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제조 국가가 아닌 브랜드를 봐 달라”고 주장한다.
아우디의 스타일리시한 스포츠 카 ‘TT 쿠페’와 ‘TT 로드스터’는 헝가리에서 만들지만 최종 조립만 헝가리에서 할 뿐 차체나 도장, 전자장비 관련 작업은 모두 독일 본사나 부품회사에서 한다는 설명이다. 아우디코리아 측은 “독일 잉골슈타트 본사 공장부터 헝가리 공장까지 아우디 전용 직행 기차 라인이 놓여 있다”며 “잉골슈타트에서 만든 반제품을 최종 조립하고 출고하는 역할을 헝가리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닛산 측도 “전 세계 닛산 공장들은 ‘닛산 프로덕트 웨이’라는 표준 방식을 채택해 공장 위치와 관계없이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최고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