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서 온 51개 기업 면접부스 빼곡
한국 인재들 당찬 모습에 “기대 크다”
엔지니어 물색 독일기업들 “경영전공자만 많아 아쉬워”
“말레이시아란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아세요? 비즈니스에서는 문화 이해가 중요한데요.”
“영국 식민지였고 이 때문에 영어를 쓰는 것으로 압니다.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영향력도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가야금홀. 운동장만 한 크기의 홀에는 51개 기업이 설치한 면접부스와 지원자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이곳은 KOTRA가 올해 처음 개최한 ‘글로벌 채용박람회’ 현장. 17개국에서 온 51개 해외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국내 구직자들과 만나 면접을 진행하는 자리다. 먼 길을 날아온 해외기업 관계자들은 관심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회사에 지원한 응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홀 밖에는 정장을 입고 등을 곧추세운 지원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재수출’을 통한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KOTRA가 마련한 이날 박람회에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334명이 참가했다. KOTRA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손잡고 해외취업 희망자들을 발굴했는데, 당초 1차 서류심사에 응시한 인원은 2317명에 달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에 한국 인재 고용에 나선 기업들은 외국기업 7개사와 교포설립기업 12개사,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 32개사 등 총 51개사. 이 중 직접 오지 못한 12개사는 화상면접으로 지원자들을 만났다. 참가 기업 중에는 폴란드 기업(9개)이 가장 많았는데, 유재욱 폴란드 바르샤바 KOTRA무역관 과장은 “최근 폴란드가 한국 기업의 동유럽 진출 거점이 되면서 한국 인재를 채용하려는 현지 협력기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 러시아법인, 우리은행 도쿄지점 등 외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은 현지어와 한국어 구사가 모두 원활한 영업·관리직 채용에 관심이 높았다. 반면 독일 등에서 온 해외 기업들은 기술 인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이번 박람회를 찾은 독일기업은 6곳 모두가 엔지니어 고용만을 원했다. 재생에너지 분야 엔지니어 채용을 위해 온 독일기업 ‘BWAW’의 디르크 브란트 첨단기술부장은 “한국 인재들의 인상이 아주 좋다”면서도 “기술 인재들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 마케팅 등 경영전공 지원자들이 많아 조금은 아쉽다”고 했다.
해외기업들은 지원자들의 해당 분야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또 현지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한 질문도 많았다. 아시아 쪽에서 사업 확장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지원자들이 한국어와 영어 외에 다른 아시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여성 지원자 비율이 44%에 이르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낯선 이국 생활이 걱정스러울 법도 하지만 당찬 모습을 보인 여성 지원자가 많았다. 베트남 기업에 지원한 김보람 씨(24·무역 전공)는 “졸업 전부터 외국에 나가 일하고 싶었다”며 “특히 가능성이 많은 베트남에 가서 현지어도 배우고 경험도 쌓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부모님에게는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합격하고 나면 그때 말씀드릴 것”이라며 웃었다.
KOTRA 관계자는 “아직은 ‘진짜 외국기업’보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고용비중이 높지만 올해 인재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 한국 인재를 뽑으려는 외국 기업은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OTRA는 이 같은 해외취업 지원을 통해 2012년까지 5000명의 국내 인재를 해외에 취업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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