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은총재 점수, 이성태-조순 B+… 가장 좋은 평가

  • Array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역대 한국은행 총재 중에서는 누가 가장 일을 잘했을까.

동아일보 경제부는 이성태 한은 총재에 대한 평가를 계기로 역대 한은 총재들의 업적 평가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1950년 한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23명의 총재가 나왔지만 평가 대상은 1986년 취임한 박성상 총재부터 이달 말 퇴임하는 이 총재까지 8명으로 한정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로 폄훼됐던 한은의 역할과 권한이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이 총재와 조순 총재(1992∼1993년)가 B+로 평가가 좋았다. 이 총재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통화스와프 체결, 유동성 공급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총재에 대해서는 “재임기간에 ‘긴축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영삼 정부로부터 묵살됐고 1년 만에 사퇴해야 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관철됐다면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은행 수장에 오른 전철환 총재(1998∼2002년)에 대한 평가 결과(B)도 무난했다. 정부가 한은에 국채를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등 나름대로 한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2001년 미국 9·11테러 직후에는 신속하게 금리를 내려 정부 정책과 조율하려던 노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이경식 총재(1995∼1998년)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맞춰 내수 부양에 몰두하다 과잉 유동성을 초래했고, 외환보유액 및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도 실패해 1997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성태 총재의 전임자인 박승 총재(2002∼2006년)에 대해서도 “과잉 유동성을 허용해 재임 기간에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