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부는 이성태 한은 총재에 대한 평가를 계기로 역대 한은 총재들의 업적 평가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1950년 한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23명의 총재가 나왔지만 평가 대상은 1986년 취임한 박성상 총재부터 이달 말 퇴임하는 이 총재까지 8명으로 한정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로 폄훼됐던 한은의 역할과 권한이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이 총재와 조순 총재(1992∼1993년)가 B+로 평가가 좋았다. 이 총재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통화스와프 체결, 유동성 공급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총재에 대해서는 “재임기간에 ‘긴축정책으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영삼 정부로부터 묵살됐고 1년 만에 사퇴해야 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관철됐다면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은행 수장에 오른 전철환 총재(1998∼2002년)에 대한 평가 결과(B)도 무난했다. 정부가 한은에 국채를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등 나름대로 한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2001년 미국 9·11테러 직후에는 신속하게 금리를 내려 정부 정책과 조율하려던 노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이경식 총재(1995∼1998년)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맞춰 내수 부양에 몰두하다 과잉 유동성을 초래했고, 외환보유액 및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도 실패해 1997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성태 총재의 전임자인 박승 총재(2002∼2006년)에 대해서도 “과잉 유동성을 허용해 재임 기간에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