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스트]철강/차세대 제철기술 독립선언… 이젠 세계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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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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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업계 대지진
종합소재기업 변신 노력

동부제철
열연강판 최고품질 자랑

동국제강
명품 후판 年440만t 생산


포스코,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기업들도 ‘세계 일류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신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은 철강 기술 수입국에서 선진기술 리더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 철강을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포스코는 2007년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대량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파이넥스 상용설비를 성공적으로 준공해 세계 철강업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전까지 지름 8mm 이하인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활용하는 공법 개발은 세계 각국 철강회사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 등은 고갈 위기에 있는 데 반해 가루 형태의 철광석은 전체 매장량의 80% 이상으로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일관제철 공정에서 소결공정과 코크스공정 등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하는 공정을 생략했다. 그만큼 투자비와 제조원가가 줄어들고 오염물질 발생도 적다. 대표적인 환경 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이 용광로 공법 대비 각각 3%, 1%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 상용화 성공은 철강 기술의 ‘자주독립’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뜻 깊다. 파이넥스 공법이라는 차세대 제철기술 개발로 포스코는 철강업계 후발주자에서 단숨에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파이넥스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가 15년의 연구 끝에 철강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을 바꿨다.

최근 포스코의 도전은 철강산업을 넘어서는 모양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 1월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올해를 철강 중심의 종합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 ‘포스코 3.0’을 구현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1.0’이 철강 전업, ‘포스코 2.0’이 건설,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단계라면 앞으로는 원료에서부터 철강과 비철강, 다시 말해 다른 소재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 세계 제일의 경쟁력 갖춰

동부제철은 지난해 11월 전기로 제철공장을 준공하고 글로벌 제철회사로의 도전을 선포했다. 이 전기로 제철공장은 단일공장으로는 미국 뉴커사(社) 버클리 공장의 연간 생산량(250만 t)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로 제철공장이다.

전기로 제철방식은 1989년 뉴커 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이래 철강분야의 대표적인 혁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고 동부제철 측은 설명했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하는 고로제철과 달리 고철을 녹여 바로 열연강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공장 건설비용이 고로의 30% 수준이고 재활용 가능한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과 분진 발생량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특히 동부제철의 전기로는 폐열을 이용해 고철을 예열하는 콘스틸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다른 전기로보다 15% 높였다.

동부제철 측은 “전기로는 10여 년의 기술혁신을 통해 고로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일본의 대표적 전기로 제철회사인 도쿄제철이 도요타의 자동차강판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동부제철은 올해 250만 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며 2012년에는 300만 t을 생산하는 등 점차 가동률을 높여갈 계획이다. 한광희 동부제철 부회장은 “전기로 제철공장 준공을 계기로 향후 생산규모를 연간 1000만 t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철강회사로 성장, 발전할 것”이라며 “뉴커를 뛰어넘어 ‘경쟁력 세계 제일의 제철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동부제철의 목표”라고 밝혔다.

○ 명품 철강제품으로 승부한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3월 초 생산현장을 돌아보며 “명품 철강제품으로 승부하라”며 철강 ‘명품론’을 강조했다. 그는 “명품은 최고의 서비스와 품질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올릴 때 나온다”고 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까지 3년간 1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당진 후판공장에서 지난달 18일 첫 조선용 후판을 출하해 전략제품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철강제품 중에서도 선박 구조와 대형 철구조물을 만드는 기초소재로 쓰이는 후판은 작은 결함으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고객들의 요구가 매우 까다롭다. 동국제강의 당진공장 가동은 기존 포항의 연산 290만 t의 후판 생산 체제에 당진 150만 t 생산을 더해 총 440만 t에 이르는 ‘명품’ 후판 체제를 갖췄음을 의미한다.

후판제품을 1971년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기 시작한 동국제강은 한국 조선산업 등이 세계 일류로 성장하는 데 동국제강의 후판이 있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동국제강은 당진공장의 후판 생산량을 늘리면서 TMCP후판, 열처리후판 등 다른 전략제품을 단계적으로 생산, 공급하고 상반기에 월 10만∼12만 t으로 최대 생산 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 측은 “국내 후판시장은 지난해 연간 430만 t에 이르는 후판을 수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국내 조달이 어려웠다”며 “당진에 동종업계에서 가장 먼저 공장을 건설해 시장을 선점하는 만큼 고객 요구에 빠르게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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