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가 거세다. 지난해 32조 원의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서도 3월 말까지 5조5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 5조3611억 원을 사들여 지난해 7월 5조9395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월간 매수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기업 실적 개선에 토대를 둔 것이라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유동성에 따른 영향이 더 큰 만큼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저금리 달러로 신흥시장 투자
외국인들이 2년 연속 순매수를 나타낸 것은 4년 만이다. 외국인들은 2003∼2004년 20조 원 이상을 순매수한 뒤 2005∼2008년 4년 연속 ‘팔자’로 돌아서 총 50조 원을 순매도했다.
최근의 공격적인 매수세는 추세적인 매수의 시작이라고 봐도 된다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들은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첫 개장일이었던 지난달 29일에도 2000억 원 이상을 사들이는 등 3월 한 달간 11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경기 및 기업이익 성장추세(모멘텀) 둔화와는 상반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2월 경기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는 1월보다 1.0%포인트 떨어졌고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매수를 계속하는 데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연기하며 저금리를 유지해 유동성이 풍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매수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대형주 펀드 관심 가져 볼 만
그렇다면 관심은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매수세를 계속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당장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2005∼2008년 외국인들이 주식을 계속해서 팔 수 있었던 것은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기관 등 매수 세력이 탄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코스피가 1,600 선 후반에서 1,700 선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계속 주식을 사고 있으며 수급이 약한 상황에서 주가를 크게 떨어뜨리면서까지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가겠지만 그 강도는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 정책이 곧 종결될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모기지 금리를 비롯한 장기금리의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곧 달러 공급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2분기에 일본 다이이치생명과 한국의 삼성생명, 중국 농업은행처럼 아시아의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주식 공급 과잉에 따라 수급 상황이 안 좋아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불투명하다. 5월 편입을 위해서는 관례상 지금쯤 와 있어야 할 실사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특정 섹터가 아니라 시가총액 순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시장을 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대형주 위주의 펀드에 간접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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