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15층 시장감시본부 소속 직원들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커다란 체스판처럼 생긴 화면이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입니다. 통합 비주얼 분석시스템이 띄워주는 화면이죠. 이 시스템은 불특정 계좌의 연관성을 포착해 주가조작인지를 잡아내는 첨단 장비입니다. 개미투자자들의 천적이라는 작전세력을 잡아내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지난달 29일 작전세력을 ‘찍어내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감시팀 직원들이 매서운 눈으로 주가 급상승, 거래량 급증과 같은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 종목을 뽑은 뒤 시세를 끌어올리는 계좌 17개를 골라냈습니다. 이 계좌들에서 나오는 주문만 붉게 표시하도록 입력하니 17개 계좌가 마치 하나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한 계좌가 높게 호가를 부르고 다른 계좌는 실제 이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사이 주가를 표시하는 축은 90도로 수직 상승하는 화면도 등장했습니다. 미리 이 주식을 사놓은 것도 보이고 거래가 도저히 될 수 없는 낮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내놓아 마치 사려는 투자자가 많은 것처럼 꾸며놓은 화면도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2월 2일부터 가동한 거래소는 이 시스템을 국내에 특허 출원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등지로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합 비주얼 분석시스템의 토대는 통계입니다. 자본시장에서 통계의 활용도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증권, 펀드, 파생상품, 채권, 프리보드, 금융투자업자 관련 450여 개 통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항목 간 비교 분석까지 가능한 자본시장 통계포털서비스(www.freesis.or.kr)를 열었습니다.
분석 대상을 지정하면 각 요소의 상관관계를 선이나 막대그래프로 볼 수 있는 교차통계 프로그램이 특히 눈에 띕니다. 주식시장 주변 자금들의 움직임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경기선행지수 증감률에 따라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주가지수에 따라 주식형펀드 환매액이 어떻게 변했는지와 같은 내용을 99개까지 확인할 수 있죠. 협회는 빠르면 올 연말부터 이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제 금융시장의 모든 상황이 통계 숫자 안에 담기게 될 날도 머지않은 듯 합니다. 아직까지 통계가 멀게 느껴지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홍보와 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져야겠죠. 모쪼록 ‘묻지마 투자’로 손해를 입거나 작전주에 휘말려 눈물짓는 대신 ‘통계로 하는 투자’로 웃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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