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애미서 열린 글로벌 협업회의 현장 伊본사 사들인지 3년 해외시장 본사 직영체제서 각국에 재량권 줘 ‘독립경영’ 고품질 브랜드 명성 되찾아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소니에릭손 오픈’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자 휠라(FILA) 로고가 선명한 로드숍이 눈에 들어왔다. 휠라는 이 테니스대회 공식 후원사로 심판과 운영진이 휠라 옷을 입는다.
테니스복을 고르던 브라질 관광객 아드리아나 소자 씨는 “휠라는 최근 몇 년 새 브라질에서 꽤 유명해진 브랜드”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윤윤수 휠라그룹 회장(65)은 “휠라 본사를 인수한 뒤 브랜드를 재정비하기 위해 질주해왔다”면서 “올해 달콤한 결실을 맛볼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법인 ‘휠라코리아’를 경영하던 그가 2007년 3월 ‘몸통’인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지 올해로 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윤 회장은 라이선스 모델 구축, 글로벌 협업 모색 등 ‘휠라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그 결과 매달 100만 달러 이상 적자로 고전하던 미국 시장에서 올해 첫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소니에릭손 오픈 경기장에 차려진 휠라 로드숍을 방문한 윤윤수 휠라그룹 회장. 윤 회장은 향후 전략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중심으로 한 대중화 전략과 브랜드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2011년 브랜드 100주년을 글로벌 도약의 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휠라코리아지난달 25, 26일 마이애미에서 제7회 휠라 글로벌 협업 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지역대표 및 실무진이 참여해 제품기획과 전략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에는 내년에 브랜드 100주년을 맞는 휠라의 비전과 신제품 ‘보디 토닝 시스템’ 라인의 특징을 공유했다. 프레야 타마요 휠라USA 의류 수석디자이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양하준 휠라코리아 상품기획부 상무는 “전에는 휠라 글로벌 회의에 참석하면 압박이 심했다”면서 “지역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 제품 구매해라’ ‘판매 실적을 내라’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각국에 재량권을 주는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그는 “당시에 느꼈던 답답함을 되새겨 개선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휠라 전체 상품에서 20%만 모든 지역에서 팔고 80%는 지역 특성에 맞게 구성해 판매한다. 미국에선 테니스와 요가상품에 집중했다. 일본에서는 10, 20대 초반 여성을 위해 ‘걸 라인’을 강화했다. 남미지역에선 기능과 패션을 결합한 신발에 주력했다. 아민 나브 휠라라틴아메리카 총괄 디렉터는 “현지화 전략은 최적의 선택이었고 지난 1년간 4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웃었다. 2011년 100주년을 맞아 휠라 브랜드가 태어난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에 휠라박물관을 세운다.
윤 회장이 인수하기 전 휠라는 대부분 본사 직영체제였다. 인수 후 윤 회장은 한국과 가장 큰 시장인 미국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 지역은 라이선스 체제를 구축했다. 각 시장에 정통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은 인테그릭스, 일본은 이토추(伊藤忠)종합무역상사, 남미는 다스그룹 등 전 세계 70여 개국, 18개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매년 최소 4000만 달러의 로열티가 보장돼 있다.
문제는 미국 시장. 인수 당시 미국에서 매달 100만 달러씩 적자가 나고 있었다. 존 엡스타인 휠라USA 사장은 “인수 시점에는 휠라 브랜드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 대규모 물량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를 벤치마킹했더니 올 3월 중순에 전년 대비 80%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서 고급화 전략 대신 ‘품질 좋은 저가상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소매보다 도매 비중을 크게 늘렸다. 맨해튼 중심가에 있던 호화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24개 직영매장을 정리했다. 그 대신 미국 전역에 1200개 매장이 있는 콜스, 신발 전문매장인 풋로커 등 대형 유통채널과 손을 잡았다.
그렇지만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도록 고급 테니스클럽에는 고가제품을 들여놓았다. 윤 회장은 “휠라를 기능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감성의 복합체로 키울 것”이라면서 “3년 내에 스포츠브랜드 세계 4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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