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상 LIG홀딩스 사장 겸 LIG넥스원 사장(40)은 현재 금융업 비중이 높은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제조업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 사장은 2일 LIG넥스원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엘리시안강촌리조트에서 국내외 우수 협력회사 대표 100여 명을 초청해 개최한 ‘2010 파트너스 미팅’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씨의 손자로 구자원 현 LIG넥스원 회장의 장남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 사이. 1996년 LG 구조조정본부 경영혁신팀 과장으로 입사해 LG전자 미국법인 부장과 LIG손해보험 이사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7년 1월부터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사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섰다. 1999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현 LIG손해보험)가 모태가 된 LIG그룹은 지주회사인 LIG홀딩스를 비롯해 LIG투자증권,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LIG건설 등 1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7조8000억 원에 이르렀다.
구 사장은 “지금은 LIG손해보험 등 금융업이 규모가 크고 부가가치도 높지만 업종 특성상 투자 등에 한계가 있고 국가기반은 제조업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 중심으로 그룹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IG그룹의 제조업 분야 주력 계열사인 LIG넥스원은 2008년 매출 8502억 원으로 국내 80여 개 방산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인수합병(M&A)에 가장 적극적인 계열사도 LIG넥스원이다.
구 사장은 “방산업체는 국내 1위 회사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국방예산에 따라 매출액이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국내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씨’를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공동 대표이사인 이효구 사장은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방산업체의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향후 M&A 전략에 대해 구 사장은 “작은 기업을 여러 개 인수합병하는 게 실속이 있다고 판단해 규모는 작지만 성장성이 있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M&A 시장에 나와 있는 대형 매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큰 기업을 인수하면 외형상 보기는 좋겠지만 자칫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수 대상 기업의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 사장이 LIG그룹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것은 범(汎)LG가의 ‘신사협정’ 때문이다. LG그룹에서 분리된 GS, LS, LIG그룹은 사업 분야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또 “인수할 만한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고 아버지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아버지는 M&A에 대해서는 워낙 보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대학시절부터 1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았지만 유교적인 가풍을 잘 따른다. LG가의 제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그는 “제사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오시고 젊은 사람들은 불참하기도 하는데 저는 빠지면 혼난다”며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제사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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