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듯이 디플레 여전… 봄날 오래 못갈듯
국내 설정 日펀드들 최근수익률 양호
단기 상승때 日주식비중 축소 바람직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일본 증시가 봄바람을 타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말 11,000엔을 돌파한 닛케이 평균주가는 4월 들어 매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가 부진을 씻고 다시 회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벚꽃이 오래 피지 못하고 저물듯 일본 증시의 봄날도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 ‘4월 효과’, 엔화 약세…단기적 고공행진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설정 일본펀드의 최근 수익률도 양호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본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6.3%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시장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보다도 수익률이 높다.
일본 증시가 상승한 배경으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의 확대 △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부담을 주었던 엔화 강세의 둔화 △제조업 및 비제조업의 업황 개선 △외국인 매수세의 재개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엔화 약세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해 달러당 86엔의 초강세를 보였던 엔화는 최근 달러당 93엔까지 상승하면서 일본 수출기업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들도 큰 폭의 자금유입으로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엔화가치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그리스 재정문제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다소 완화되면서 위험성향 변화에 민감한 엔화에 대한 수요가 약화됐고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엔화 약세에 따라 수출업종을 주도로 일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4월마다 일본 증시가 오르는 ‘4월 효과’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삼성증권 채수호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회계연도 말인 3월을 중심으로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돼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4월 효과’를 보인다”며 “1976년부터 34년 동안 일본 토픽스지수 성과를 비교해 보면 4월 평균 수익률은 2.0%로 전체 월평균 수익률인 0.4%보다 크게 높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3월을 기준으로 결산이 집중되면서 각종 정부정책이 발표되고 낙관적인 수치가 제시돼 4월에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고조된다. 채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 흐름이 연초 그리스 사태, 중국의 조기긴축 악재를 딛고 올라온 형국임을 감안할 때 일본 증시가 올해에도 4월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장기전망은 여전히 어두워
단기적으로 호재가 많음에도 일본 증시의 장기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대출은 감소되고 있어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가 실물경제 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급속한 고령화,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고질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 다른 시장에 대비해 매력적이지 못한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디플레이션이 언제 개선될지도 불확실하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심화된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2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근로자들의 급여는 가계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위축과 물가하락을 부채질해 기업 이익을 통한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수호 연구원은 “장기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일본 자산에 대한 단기 베팅은 지양해야 한다”며 “기존 일본펀드 투자자들은 최근 단기 상승을 활용해 일본 주식 비중을 점차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