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시가총액 20조 원 안팎의 ‘거인 종목’이 될 전망이어서 국내 증시에서 보험 및 금융업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보험업종 시총 50조… 메가톤급 파괴력 CJ 등 ‘범삼성가’ 주가도 탄력 받을 듯 공모가 9만~11만5000원 기대 회사측 7~23일 기업설명회
삼성생명이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투자자들도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시가총액이 무려 20조 원 안팎인 거대 공룡이 상장하면 보험을 비롯한 금융업종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진다. 장기적으로 보험업종이 각광을 받겠지만 손해보험사냐 생명보험사냐, 대장주냐 2등주냐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삼성생명의 지분을 가진 ‘범삼성가’ 종목의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공모가는 해외기관 손에 달려
삼성생명이 상장 때 내놓는 주식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구주 4443만7420주다. 이를 일반투자자, 국내 기관투자가, 우리사주가 20%씩 사들이고 해외 기관투자가가 40%를 맡는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해외 투자자의 반응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공모가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통해 정해지므로 국내 기관보다 물량이 2배 많은 해외 기관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 앞서 상장했던 대한생명도 해외 기관의 영향으로 공모가가 당초 예상했던 9000∼1만1000원보다 낮은 8200원에 결정됐다.
삼성생명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대외 변수가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의 재정 위기를 비롯해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수면 아래 남아 있다. 또 이미 일본 2위 생명보험사인 다이이치생명이 22조 원, 중국 농업은행이 20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 부채 때문에 공모가를 높게 받아야 할 상황이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일행은 12∼23일 해외 기관 대상 기업설명회(IR)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 삼성생명이 원하는 공모가는 9만∼11만5000원이다.
○ 종목별 영향력은 제각각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보험업종의 시가총액은 현재 26조5000억 원에서 46조∼50조 원으로 증가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상장까지는 수급 부담과 금리인상 지연으로 보험업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주당 내재가치가 1배 미만인 생보주와 2위권 손보주는 저평가 이점이 있어 상장 이후에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상장 뒤에는 오히려 보험업의 수급 부담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관의 보험업 보유 비중은 3.1% 선으로 전체 시가총액 비중(5%선)에 못 미쳐 보험주에 관심을 더 둘 수 있기 때문. 하지만 9월부터 대한생명 2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매도 제한이, 11월부터 일부 삼성생명 대주주의 매도 제한이 연이어 풀려 물량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13.5%), CJ(3.2%), CJ제일제당(4.8%) 등 범삼성가의 주가도 영향권에 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는 공모가가 10만 원으로 정해지면 5000억 원씩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CJ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상장차익은 물론 설탕 원재료인 원당 가격의 하락으로 주변 환경이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CJ는 삼성생명 보유주식의 가치가 CJ 시가총액의 18.6%, 자산의 13.1% 수준으로 매우 커 특히 수혜가 예상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가치는 미리 투자한 비상장사가 상장하거나 매각이 가시화될 때 상승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가치(1조9000억 원 이상)를 빼면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11.4배에 불과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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