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왼쪽)와 심일보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무명(無名)’ 디자이너들이 진입하기 까다로운 백화점에 점포를 낸다. 롯데백화점은 7일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5월 초까지 디자이너 10명을 선정해 8월부터 백화점에 매장을 내주기로 했다. ‘유명 디자이너 만들기 프로젝트’에 백화점이 처음으로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시범적으로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와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점에 각각 100m²(약 30평) 규모의 편집매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디자이너 10명이 보유한 각자의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선보이는 형태다. 디자이너들은 서울시가 동대문 서울패션센터에 설치한 ‘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80명 가운데서 선발한다. 이미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7일 1차 품평회를 진행했고, 9일 2차 품평회를 실시한 뒤 다음 달에 남성복 5명, 여성복 5명 등 백화점에 들어갈 디자이너 10명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영플라자와 잠실점에 있는 100m² 규모의 의류 매장에서는 월평균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언배 롯데백화점 의류담당 과장은 “무명 디자이너들을 백화점에 유치하는 것은 상당히 큰 모험”이라면서도 “그보다 더 큰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디자이너들을 기용해 다른 백화점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디자이너들을 조기 발굴해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또 백화점 고객들은 동대문이나 이태원 등에 산재해 있던 독특한 디자인의 브랜드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무명 디자이너들은 백화점이라는 견고한 유통망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 등이 이번 프로젝트의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디자이너들이 백화점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억 원 정도의 인테리어 비용과 홍보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말까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지켜본 뒤 점차 다른 점포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거나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경쟁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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