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명을 독특하게 지어 고객의 지갑을 여는 ‘네이밍 마케팅’이 식품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품을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 제품명만 듣고도 소비자들에게 구매욕을 느끼게 하려고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각 업체는 작명소로 변신한다.
○ 제품 출시할 때마다 ‘작명소’ 변신
제품 이름에 의성어를 넣어 식감을 자극하는 것은 고전적인 네이밍 전략이다. 농심은 2008년 12월 인스턴트 국수 제품을 출시하면서 그 이름을 ‘후루룩’이란 의성어를 넣어 ‘후루룩 국수’로 정했다. 먹기에 편하고 맛도 좋은 국수의 이미지를 제품명에 담기 위해 고민하던 중 면을 넘길 때 나는 ‘후루룩’이란 소리에 주목해 제품명에 앞세웠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3800만 개, 매출액은 3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히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할리스커피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초콜릿 디저트인 ‘퐁당 쇼콜라’도 의성어로 식욕을 자극하는 이름을 지은 사례다. 이 제품명은 원래 프랑스어로 ‘녹는 초콜릿’이란 뜻이다. ‘퐁당’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케이크 안에 녹은 초콜릿이 들어있는 제품의 특성도 잘 나타내고 초콜릿 바다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면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연예인 이름을 제품명으로 ‘모셔’ 오기도 한다. 연예인 이미지가 제품의 특성과 연관성이 높을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편의점업체 GS25가 개발해 선보인 육포 제품 ‘김구라의 세상씹기’는 독설가 이미지를 가진 김 씨의 이름을 활용해 ‘씹다’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살린 네이밍 사례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강호동의 화통라면’도 마찬가지. 기존 라면보다 통통한 면발과 큼직한 건더기라는 제품의 특징을 강 씨에게서 떠오르는 튼실한 이미지와 효과적으로 결합시켰다. 시판 2개월 만에 100만 개를 팔았을 정도로 반응도 좋다.
○ 외우기 쉽고 짧아야 한다는 편견 버려라
제품명은 무조건 외우기 쉽게 짧게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3월 대상에서 내놓은 ‘우리 쌀로 만든 불타는 매운 고추장’과 CJ제일제당이 최근 출시한 ‘기름을 적게 먹는 건강한 튀김가루’가 대표적인 사례. 이들 제품은 장황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제품의 강점을 제품명에 길게 넣었다. 대상 고추장은 밀가루를 쓰는 타사 제품과 달리 국산 쌀을 사용했다는 점을, CJ제일제당 튀김가루는 ‘흡유 저감화 기술’로 튀김옷의 기름 흡수를 줄여 바삭함은 높이고 기름 사용량은 줄였다는 장점을 부각시킨다.
효과적인 네이밍을 위해 기업이 소비자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다. 올해 3월 ‘아침&소프트 베이글’을 출시한 파리바게뜨는 기존의 플레인 베이글보다 중량은 늘리고 식감은 부드럽게 만든 이 제품이 직장인의 아침대용식으로 좋겠다는 소비자 패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명에 ‘아침’을 넣었다. 아직 출시 초기 단계지만 이 제품을 포함한 플레인 베이글 매출이 전월 대비 184% 늘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독특한 제품명은 소비자가 오래 기억할뿐더러 구매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까지 있다”며 “이 때문에 네이밍 과정에서 사내공모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 패널의 아이디어도 적극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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