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분산 비효율성, 獨사례로 이미 입증”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독일 통일직후 베를린 정부청사 개발 참여 악셀 부슈
“한번 나누면 재통합 어려워 부처이전 신중 또 신중해야
균형발전 개념도 많이 쇠퇴”

“1992년 본과 베를린으로 독일의 정부부처가 분산된 이후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도 통합은 요원합니다. 한 번 나뉘면 다시 합치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처 이전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악셀 부슈 독일 도시환경계획연구소(TOPOS) 이사(사진)는 6일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세종시 미래발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통일 직후 베를린 정부청사 설계와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정부부처 분산의 비효율성을 지적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들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부슈 이사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서라면 행정부처보다 대학이나 연구소를 옮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 분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2500만 유로에 이르지만 이들을 합치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는 이유로 부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며 “또 베를린이 너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다른 지역들의 견제심리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1992년 베를린을 수도로 정한 연방협약에 따라 지금까지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의회와 대법원, 14개 중앙 부처 가운데 8개가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부슈 이사에 따르면 본과 베를린을 오가는 공무원들의 출장 횟수가 연간 6만 회를 넘는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의 강한 도시를 더 강하게 만드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예전처럼 골고루 모든 지역이 비슷하게 발전해야 한다는 균형발전의 개념은 독일에서도 많이 쇠퇴했다”고 소개했다.

부슈 이사는 “본에 있던 행정기관들이 대거 베를린으로 이전했지만 지금은 이 도시의 일자리가 오히려 그때보다 1만 개나 더 늘었다”며 “이는 유력 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하면서 본이 경제 및 외교 문화 중심지로 재도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자족도시를 만드는 데 행정기관 이전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독일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세종시 수정안도 행정부처 이전을 배제하고 경제 과학 교육 중심의 복합도시로 짜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이런 신도시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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