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통委회의 주재… 금리 14개월째 2.0% 동결
민간 자생력 강조… 前총재 ‘금리인상’과 시각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선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먼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인 2.0%로 동결된 기준금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김 총재 취임 이후 첫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했다. 데뷔전을 치른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민간 자생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 경제가 건실하게 안정을 유지하며 발전하느냐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운용에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의 발언은 민간 부문 고용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는 뚜렷한 신호가 나와야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세계경제 동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이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출구전략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물가에 대해선 “현재 상당히 안정된 모습”이라며 “하반기 이후 내년에 가면 물가상승 압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해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특히 김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등을 놓고 이성태 전 총재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총재는 “가계부채는 유의해야 하지만 국가경제에 큰 위험이 되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고 금융자산은 부채보다 더 빨리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대책에 대해서도 “모든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보다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미시정책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이유로 조기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 전 총재와는 대조적인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는 7일 퇴임한 심훈 전 위원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참석했다. 정부 쪽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해 열석발언권(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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