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슬금슬금 하락… 금융위기 이전 수준 눈앞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무역흑자 폭 커지고 외국인들 국내 주식 매입 영향
위안화 절상땐 더 떨어질 듯… 정부 개입 가능성 고조


원화가치 상승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면서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1118.2원으로 전날보다 5.1원 떨어졌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 17일(1116.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당시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지난해 3월 1570.3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올 1월 1119.9원까지 하락했다가 남유럽 재정위기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달 중순 이후 다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외화 유입이 크게 늘어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이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4.1% 올라 일본과 유로지역, 호주 등 주요 11개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절상률을 보였다.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는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상대적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삼성생명의 상장 역시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공모 주식의 40%를 외국인투자가에게 배정하면서 상장과정에서 약 1조8000억 원의 외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져 조만간 10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환율 움직임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환율이 급변동하면 경제안정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고환율론자’로 꼽히는 최중경 전 필리핀 대사가 최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 역시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중국 위안화 절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하락할 경우 미세 조정을 위해 당국의 개입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출 확대와 외국 자본 유입으로 환율하락 추세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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