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5호 법정 가보니
“싸고 괜찮은 물건 어디 없나”
20대~70대 100여명 몰려
분당 195㎡ 6억9500만원 낙찰
3 차례 유찰 끝 감정가 56%에
“입찰표에는 사건번호, 입찰자의 주소와 성명을 반드시 기입하고 입찰보증금 봉투에 정확한 액수를 넣으셔야 합니다.”
12일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에 위치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호 법정에서는 집행관이 입찰표 작성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입찰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60여 석의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또 법정 입구 앞 게시판을 통해 경매가 취하되거나 변경, 연기된 물건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었다.
입찰이 종료되는 시간은 오전 11시 10분. 입찰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몰렸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물건은 늘었지만 평소보다 법정을 찾는 사람은 줄었다”며 “사람들이 몰릴 때는 집행관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실외까지 서 있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말했다.
○ 신규 경매물건 지난달 크게 늘어
이날 경매가 진행된 물건은 총 302건. 주유소, 단독주택, 아파트형 공장, 아파트 등 평소 법원 경매에 나오는 물건보다 다양하고 많았다. 입찰하기 전까지도 참석자들은 어떤 물건을 골라 가격을 어떻게 써낼지를 두고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경매에 나온 신규 경매 물건은 지난해 10월 1만977건에서 올해 1월 7833건으로 줄어들었다가 3월 1만5건으로 늘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하고 경매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보통 하루에 법원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30, 40건에 불과한데 이날 법원에는 중원구 성남동 오리타워에서만 오피스텔 및 상가 160개가 쏟아져 나오는 등 물건이 많았다”고 말했다.
입찰 시간이 종료되고 집행관들이 입찰표를 물건별로 분류하는 동안 경매 법정의 눈은 집행관들에게 쏠렸다. 130m² 남짓한 공간에는 통로에도 입찰자들이 빽빽이 서서 쌓인 입찰표를 바라보는 등 적막이 흘렀다.
초조한 듯 법정을 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한 참석자는 “법정에 참석한 사람들의 많고 적음을 비교해 보고 입찰표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감안해 낙찰가를 정한다”며 “마음에 두고 있는 아파트가 있지만 아직 한 번 더 유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분위기를 파악하러 왔다”고 말했다.
○ 떨어지는 낙찰가율, 오히려 기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미켈란쉐르빌 주상복합아파트 165m²는 지난해 9월 감정가의 80%에 낙찰됐지만 같은 아파트 151m²는 지난달에 이어 유찰됐다. 서현동 효자촌 아파트도 지난해 9월에는 감정가의 95%와 100%에 낙찰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감정가 41억여 원에 나왔던 야탑동 SK주유소도 지난달에 이어 다시 유찰됐다. 하지만 세 차례 유찰됐던 감정가 12억5000만 원의 분당구 이매동 건영아파트 195m²는 6억9500만 원(낙찰가율 56%)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에는 149명이 참여해 61개의 물건이 낙찰됐다. 평균 응찰자 2.44명에 낙찰가율은 79.9%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3월 수도권 평균 응찰자 5.03명과 낙찰가율 82.3%보다 낮은 편이다. 낙찰가율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해 1월 70.9%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하다 9월 89.9%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늘고 낙찰가율은 떨어지는 만큼 좋은 투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강 팀장은 “지난해에는 이미 낙찰됐을 만한 물건들이 모두 유찰돼 최근 경매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며 “경매 물건은 일반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확실하게 싸지 않으면 이점이 없다. 비슷한 물건의 매매가에 대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한다면 가치 높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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