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이 또다시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멈췄던 위안화 가치의 정상화 과정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1110원대가 됐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2005년 중반 이후 3년간 17% 이상 절상된 수준에서 다시 달러에 연동시키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하에서 자국의 수출을 보호하고 디플레이션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글로벌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가운데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과 수출증가율을 보이자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확실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크지 않다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안화 절상을 서둘러 단행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위안화 절상은 아직은 중국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더 필요한 정책이다. 1980년대 플라자합의 때 일본이,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주요 7개국(G7)이 받았던 것과 같은 요구를 지금 중국이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자체적으로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 작년에 급격하게 증가한 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데다 달러화 표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그대로 중국 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2005년 이후와 비슷한 연간 5% 내외의 완만한 위안화 절상은 중국 쪽에서도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받을 영향은 무엇일까. 일단 중국 기업과 경합하는 산업의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중국 및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위안화 절상이 초래할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은 중국 소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매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원화가치도 절상될 것이란 기대를 심어줄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도 높일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건의 원화 표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환율 하락 방어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절상 자체가 한국과 중국의 강한 경쟁력을 근거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이런 변화가 국내 수출과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통화 가치가 해당 국가의 기초여건(펀더멘털) 이상으로 오르면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와 성장률 하락이 동반해서 나타날 수 있다.
내년에 물가가 높아지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환율을 절상해야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경기와 물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정적인 경제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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