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00엔당 1200원 수준을 밑돌기도 했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는 일차적으로 아시아 통화 강세와 선진국 통화 약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 위안화 절상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원화 강세 압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면 엔화는 선진국 통화의 약세 요인이 부각되면서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일본의 재정상황이 나쁘고 양적 확대가 지속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확장적인 금리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엔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국제금융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빠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이 한창이던 2009년에는 달러의 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가 엔 리보금리를 밑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경기회복과 유동성 흡수 조치 등으로 달러 리보금리가 엔 리보금리를 웃돌고 있다. 미국보다 낮은 일본의 금리가 엔-달러 환율 상승(엔화 약세)의 배경인 셈이다.
달러화 강세가 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 엔화의 약세 속도 역시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화 강세 요인은 남아있어 원-엔 환율의 하락 추이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는 하반기에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반기에는 위안화 절상과 무역수지 흑자 기조 유지,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 때문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1100원 초반대로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원화의 엔화대비 강세가 한국 수출에 민감한 변수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기계,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은 일본과 경쟁이 심하고 수출제품 가격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엔화 대비 원화가 1600원대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1200원대까지 낮아진 이후 한국 기계, 자동차, IT 제품의 수출 증가 속도는 일본 수출 증가 추이에 비해 다소 느려지고 있다. 원화의 상대적 약세 국면에서 한국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일본 제품의 빈자리를 채워나가며 점유율을 확대했던 흐름이 더뎌질 여지가 있다.
원-엔 환율의 하락은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매수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한국 대표종목인 IT, 자동차 중심으로 매수세를 확대해 왔다. 최근 이들 업종의 환율 매력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06년과 2007년에 100엔당 원화 환율이 700∼800원대까지 하락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한국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원화 약세로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빠르게 팽창해 나가던 한국 기업들에 원-엔 환율 하락은 당분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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