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펀드, 환매보다 노후자금 재테크로 활용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4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면 부자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물론 조사 대상별로 부자의 개념은 다르다.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 주민들은 70억 원 정도는 있어야 좀(?) 산다고 생각하고 대기업 임원들은 120억 원 정도 있어야 부자 축에 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350만 달러는 있어야 부자로 취급해 준다니 평균적인 한국인과 비슷한 기준을 가진 것 같다. 사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해 40억 원 정도 보유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금융기관 프라이빗뱅킹(PB) 직원들의 눈대중을 들어보면 국민의 5%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평범한 서민 처지에서 40억 원이란 돈은 정말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부자클럽에 가입한 사람들도 간단한 셈을 해보면 마냥 목에 힘줄 일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강남에 20억 원짜리 아파트와 20억 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은퇴 후 소득이 20억 원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연 3% 기준)으로 받는 5000만 원을 겨우 넘는다. 여기에 수백만 원의 재산세와 아파트 관리비를 제외하면 가처분소득은 4000만 원 안팎이다. 한 달 350만 원꼴이다. 사실 이 돈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강남에서 살기는 어렵다. 원금을 깨서 쓰지 않으면 체면 유지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퇴직 후 원금을 깬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충격이다. 아니면 집을 팔아 더 싼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조금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

40억 원 자산 보유자도 월급쟁이를 그만두는 순간 과장을 보태 상대적 빈곤층으로 직행하는 판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서민은 노후가 팍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후 생활을 조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이 있기는 할까?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나 주식혼합형 펀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인 듯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나라 최고 부자는 각각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우량 기업들이 가진 자산은 대한민국 최고다. 이들은 끊임없이 매출과 이익 증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돈 버는 신’들이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이익의 일부를 같이 향유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다. 펀드를 못 미더워하지만 그래도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펀드매니저다. 아무리 엉성한 펀드매니저도 대다수의 개인보다는 투자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고민한다. 작년 펀드 수익률(50%)과 개인투자자의 수익률(25%) 격차가 2배란 점이 이를 말해 준다. 향후 10년 재테크를 생각한다면 환매만이 능사가 아님을 한 번쯤 살펴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